'터치'에 갇힌 학생들…스마트폰 중독 갈수록 심각

입력 2012-11-05 10:24:15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A(15) 군은 스마트폰 때문에 수업에 지각할 뻔했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것. A군은 헐레벌떡 학교까지 뛰어가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A군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각을 할 뻔했지만 스마트폰을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조회시간이 되자 각 반 담임교사들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와 학생들의 스마트폰 등 모든 휴대전화를 걷어갔다. 반 인원이 35명인 한 반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건넨 휴대전화는 모두 25개였으며, 이 중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4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마트폰이었다. 이 반 담임교사는 "휴대전화는 전원을 끈 뒤 교무실에 보관하고 있다가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게 교칙"이라고 설명했다.

초'중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

기자가 이날 스마트폰 사용실태 설문을 위해 이 학교 한 반에 들어가 설문조사와 함께 스마트폰에 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몇몇 학생들은 "저는 스마트폰 안 냈어요"라며 뒤늦게 기자 앞에 스마트폰을 꺼내놓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몇몇 학생들은 수업 중이나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 사실이 발각되면 '지각하는 바람에 스마트폰을 제출 못 했다'는 식의 변명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며 "학생과 교사 사이에 '스마트폰 쟁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내 동구 한 초등학교. 스마트폰을 가진 학생 초등학생 5, 6학년 42명 중 한 무리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 교사는 "종례시간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면 전원 켜고 메시지 확인한다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바람에 전달 사항을 전달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하교할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몇몇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는 학생들 옆에 달라붙어 같이 뭔가를 보면서 교문을 나섰다.

학부모 김모(44'여) 씨는 "저러다 지나가는 차를 못 봐서 사고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어도 너무 빠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취재진이 대구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각 1곳에서 학생 8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45%인 36명이 스마트폰을 하루에 1~3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초'중학생이 처한 현실이 스마트폰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 등으로 인해 학생들이 뛰어놀 시간'공간의 여유가 예전보다 훨씬 부족해진 탓에 스마트폰이 아니면 어떻게 여가를 보내야 할지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여주 경일대 교수(심리치료학과)는 "스마트폰 중독은 인터넷 중독과 달리 온종일 기계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게임이나 서비스들이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중독에 빠질 수 있다"며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대해 적극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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