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한국인 하루빨리 배상 받아야" 이다치 슈이치 대구 방문

미쓰비시 소송 日변호사…"1995년 소송낸 46명 대부분 사망, 이제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온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가 이달 1일 대구를 찾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온 아다치 슈이치(足立修一'54) 변호사가 1일 대구를 찾았다.

아다치 변호사는 지난 1995년부터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일본 사법부에 의해 기각되자 한국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런 노력 끝에 올 5월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일본 측의 숨은 공로자이다.

아다치 변호사는 이날 "일본 히로시마변호사회와 자매결연 변호사회인 대구변호사회를 방문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944년 일본 히로시마로 끌려갔다. 이듬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고 일본은 패망했지만 피폭에 대한 피해와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해결됐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나 몰라라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이들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일본인인 아다치 변호사다. 그는 "일본이라는 국적이 일본이 어떤 일을 해도 옹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1995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피해자는 46명. 그중 남아있는 피해자는 10명뿐이다. 아다치 변호사는 "생존 피해자들 대부분이 90세 안팎의 고령이다. 하루라도 빨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5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최봉태 변호사의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하다. 아다치 변호사는 1999년 일본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되자 최 변호사에게 한국 법원을 믿어보자고 제안한 주인공이다. 최 변호사와는 여전히 함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아다치 변호사는 최근 미쓰비시중공업과 오랫동안 이어온 싸움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 올 9월 일본 외무성 관계자와 만나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실체적으로 남아있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끌어낸 것. 아다치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니시마쓰건설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 사건과 한국인 피해자 문제를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이는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중공업 스스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권고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