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코가 행복, 입엔 군침…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 가다

입력 2012-11-03 08:00:00

음식인가, 예술인가? 예술작품 수준의 케이크.
음식인가, 예술인가? 예술작품 수준의 케이크.
대구의 대표 음식인 10가지를 정찬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우와 맛있겠다!" 박람회를 구경하는 어린이가 입맛을 다시고 있다.
토종 제빵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
대구의 대표 음식인 10가지를 정찬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토종 제빵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

'맵고 짜고…대구 음식은 왜 이리 맛이 없어?'

대구를 찾는 외지인들의 지적이다. 대구에는 맛깔스런 음식문화가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이런 평가들은 '대구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대구의 맛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대구'에도 책임이 있다.

인구 250만 명을 자랑하는 대도시에 왜 '맛'이 없겠는가. '대구의 맛'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대구음식관광박람회가 1일부터 4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박람회에서는 지역의 조리 관련 정보와 기술. 그리고 식문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대구의 참맛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1일 박람회를 찾았다.

◆눈'코'입이 즐겁다

어떤 음식들이 있을까. 살짝 기대가 됐다. 입구에 들어서자 산해진미가 펼쳐진다. 사골'사태를 오랜 시간 우려내 끓인 대구탕반인 따로국밥, 얼큰한 양념으로 맛을 낸 양푼이 갈비찜,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말아 먹는 칼국수, 약간 매운 듯하면서 강한 중독성이 있는 떡볶이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곳곳에서 널려 있다. 구수하고 고소한 냄새와 더불어 눈'코'입이 모두 즐겁다.

전시장 중앙에는 대구 중구의 진골목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2012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근대골목투어와 연계한 이곳에서는 대구 100년의 숨은 맛을 만날 수 있다. 진골목에 있는 오래된 음식점들이 전시되어 있고 음식점의 유래와 음식, 그리고 주인의 이야기와 모습을 실물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실물처럼 전시관을 배치해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어 지겹지 않다.

음식에 이야기도 살짝 얹혔다.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등 근대 문화재와 주위 염매시장 떡골목과 약령시 등 다양한 볼거리도 함께 전시돼 있다. 맛과 함께 좁은 골목길에서 우리나라의 근대사도 접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한국의 멋과 맛을 함께 보여주는 코너도 마련됐다. 전통요리 하면 수수한 느낌으로만 생각했는데 전시된 음식들은 한결같이 세련된 모습이다. 연잎 밥이나 호박을 이용한 전통 대구 음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먹어 볼 수 없는 음식이라 아쉽다.

그러나 무엇보다 식욕을 당기는 것은 제빵 쪽이었다. 오른쪽 부스에 마련된 제과제빵 명가관에는 화려한 작품부터 달콤해 보이는 빵까지 '빵 천국'이다. 기존 '베이커리'에서 보던 빵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두 지역에서 만들어진 토종 브랜드다. 제빵 기술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빵을 만들고 있었다. 제빵 과정도 눈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타 전시관과 달리 시식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일부러 점심을 거른 채 찾은 터라 배가 고팠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더니 고소한 맛이다. 대구 맛이 이런 건가. 달콤한 유명 브랜드의 빵들과 달리 지역에서 만든 빵은 더 고소하다.

대구 10미 정찬코스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의 대표 음식 10가지를 모아놓았다. 따로국밥'동인동 찜갈비'복어불고기'논메기 매운탕'누른 국수'생고기'소막창구이'무침회'납작만두'야끼우동. 대구가 자랑하는 10가지 음식들이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물론 전통적인 요리와 함께 퓨전 요리들도 볼 수 있다.

갑자기 전시장 한쪽이 요란스럽다. 방문객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할인 행사'라도 하나? 계명대 힐링식품 사업단이 건강체크를 해주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비만도를 측정해주고 음식들의 칼로리 비교와 맞춤형 식단을 상담해주고 있었다. 인스턴트 식품들의 염분이나 지방량을 알려주는 행사도 있다. 라면과 과자에 설탕, 소금, 기름 등이 가득하다는 점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힐링'로컬' 대구 음식은 진화 중

박람회에서 맛본 대구 음식은 느리지만 분명 진화하고 있었다. 물론 박람회에 전시된 대부분의 음식은 대구 사람들의 성격을 닮아서일까 입안이 얼얼할 만큼 매운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화끈한 맛, 소박'질박한 미각에 더해 외지인들의 눈과 혀를 사로잡을 맛, 맛깔스러운 별미로 진화하고 있었다. 특히 연이나 대추 등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한 웰빙음식이 차세대 대구를 대표할 만한 음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연밥은 단연 인기 최고였다. 찹쌀에 잣'은행'대추 등 견과류를 섞어 연잎에 싸서 쪄낸 밥. 작은 보자기 같은 연잎을 풀 때의 기대감, 쫀득하고 고소한 맛은 일품이었다. 이 밖에도 연과 관련된 20여 종의 음식이 선보였다. 연이 많은 대구의 지역적 특색을 살린 별미라는 평가였다. 경산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대추 관련 음식들도 첫선을 보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매운 음식도 세분화를 통해 진화 중이었다. 떡볶이, 찜갈비, 국밥 등도 매운 강도를 달리하면서 세분화되고 있었다. 외양 또한 정갈함이나 멋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기존 평가와는 달리 멋과 맛을 함께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미경 수성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구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편견이다. 대구는 다양한 식재료가 생산돼 전통음식이 잘 개발돼 왔다. 여기에 기능성을 추가하고 현대인 입맛에 맞게 퓨전화할 경우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실제 향토음식의 표준화'퓨전화 등 향토음식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엿보였다. 사과'감 등 지역특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들이 소개되는가 하면 주최 측은 향토약선요리경연대회와 대구 특산물을 이용한 제과경연대회를 통해 향토음식의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었다.

6개월간 박람회를 준비해왔다는 임지희 EXCO 브랜드 전시 담당은 "대구 10미 중 1, 2가지를 대표 음식으로 발굴해 조리법을 표준화'계량화하고 주방장 경력 표시제, 대표 음식 기능인 제도, 통합 브랜드 제작 등 전방위적인 지원과 함께 관광산업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박람회장을 나오려는 순간. 이번 경연대회 참가를 준비 중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구한의대 조리학과 학생들로 전시된 다양한 요리들을 둘러보며 레시피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서로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었다.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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