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말이 달린다] ④ 특색있는 민간 승마장

입력 2012-10-27 10:16:56

말타러 어디 가지?

영천 야사동 삼밭골농장에서는 산악승마 체험을 통해 숲속을 걷거나 달리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민병곤기자
영천 야사동 삼밭골농장에서는 산악승마 체험을 통해 숲속을 걷거나 달리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민병곤기자
구미시 고아읍 한국승마장에서는 자마회원들이 평일에도 찾아와 승마를 즐긴다.
구미시 고아읍 한국승마장에서는 자마회원들이 평일에도 찾아와 승마를 즐긴다.
영천시 신녕면 휘명승마아카데미 측은 주말마다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영천시 신녕면 휘명승마아카데미 측은 주말마다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2016년까지 농어촌형 승마장을 현재 300곳에서 5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농어촌형 승마시설 모델을 개발해 도농교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마장'마사 규격, 시설 배치, 규모 및 사양별 설치비 등 승마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매뉴얼도 보급할 계획이다. 경북에는 이미 40여 곳에 민간승마장이 운영되고 있다. 실내승마장을 비롯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지만 승마 대중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색 있는 민간승마장을 소개한다.

◆"산악승마 재밌어요"-영천 삼밭골농장

삼밭골농장은 말을 타고 산등성 숲길을 달리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곳이다. 영천 야사동 뒷산 골짜기에 위치해 도심에서 가깝다.

영천 안야사길 영동중'고등학교 앞으로 들어서 마을을 지나면 산자락을 따라 굴참나무 숲, 들판, 못 등이 나온다. 농장은 이 길 끝지점의 산비탈에 있다.

농장에는 식당, 승마체험장, 야외승마장, 방목장, 가정집 등이 눈에 띈다. 식당에선 한우불고기, 토종닭'오리백숙, 염소불고기 등과 함께 말 불고기도 판매한다. 50여 명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동굴식 식당도 있다.

농장 주인이 처음 식당으로 시작해 손님에게 말을 태워주다 승마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은 포니(작은 말), 한라마, 드러브렛(경주 퇴역마) 등 20여 두의 말을 보유하고 있다. 농장 곳곳에 3, 4두의 말이 풀을 뜯고 있다. 이곳의 말은 하나같이 순하다. 방목으로 스트레스를 줄인 데다 순치를 잘 시켰다고 한다. 주인이 말 거래를 하고 있어 잘 놀라는 말은 바로 퇴출시킨다고 한다.

농장에서 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산속에 온 듯하다. 풀을 뜯고 있는 말이 어울려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사계절 내내 고객들이 찾아온다. 평일 낮에 방문해도 예닐곱 명이나 말을 타고 있다. 젊은 연인들도 산악승마를 체험하러 온다. 처음 말을 타는 사람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체험객들은 야외승마장에서 승마 자세, 고삐 잡는 법, 정지, 출발, 회전 등을 20여 분간 배운다. 양손에 고삐를 약간 팽팽하게 잡은 뒤 다리를 차면 말이 달린다. "워"하고 소리치며 고삐를 당기면 말이 선다. 왼쪽 고삐를 당기며 발을 차면 말이 왼쪽으로 간다. 처음 온 고객들도 이런 과정을 익힌 뒤 바로 산악승마에 나설 수 있다. 교관이 앞서가고 체험객들은 뒤따라 간다. 농장 위쪽은 산등성이 숲길과 연결돼 있다. 왕복 4㎞, 8㎞ 구간에서 천천히 걷거나 달릴 수도 있다. 말이 달리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감에 식은땀도 흐른다. 오르막을 지나 다시 평평한 길을 걸으며 단풍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TV 사극에 나오는 말 달리는 모습을 직접 체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말을 처음 탄 뒤 산속에서 달리기까지 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산악승마의 매력에 반해 체험객뿐 아니라 승마 마니아들도 이 농장을 찾고 있다. 대구, 포항, 울산, 부산 등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말을 타러 오는 연 회원도 30여 명이나 된다.

정재훈(45) 삼밭골농장 대표는 "말을 처음 타는 사람이 산악승마를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누구나 믿지 않지만 잘 순치된 말이 있어 가능하다"며 "짧은 시간 내 말을 탈 수 있는 '실용승마' 체험을 늘려 승마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활승마 봉사활동 계속해야죠"-영천 휘명승마아카데미

'휘명승마아카데미' 라는 이름의 승마장은 영천 신녕면 화성리의 '휘명동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5만여㎡의 동산에는 느티나무, 벚나무, 등나무 등이 어울려 아담한 숲을 이루고 있다. 가을에는 색색의 단풍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느티나무 밑 의자에 앉으면 먹이를 찾는 다람쥐도 볼 수 있다.

동산의 숲 속에 작은 외승코스가 마련돼 있다. 휘명승마아카데미는 이곳에서 주말마다 무료로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벌인다.

작년 9월에 시작된 재활승마 봉사활동은 주로 토요일에 이뤄진다. 대상은 발달장애 어린이들이다. 발달장애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대구, 서울, 부산, 상주, 울진 등 전국에서 이 승마장을 찾는다. 단골도 10여 명이나 된다. 처음에는 발달장애 어린이 10명 중 1, 2명만 말을 타고 앉아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엔 모두 말 위에 앉을 수 있단다. 말 위에 서서 버틸 수 있는 어린이도 있다.

이곳을 찾는 발달장애 어린이들은 전신'하지'요부'복근 무력 등 증상에 따라 승마 자세를 달리한다. 누워서 타기, 손잡고 타기, 뒤로 타기, 엎드려 타기, 옆으로 타기 등 다양한 자세로 말을 탄다. 어린이의 키에 따라 말을 배정한다. 키는 작은데 큰 말을 탈 경우 몸살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활승마의 경우 리더 1명, 사이드워커(보조자) 2명, 재활승마지도사 1명 등 4명이 협력해 진행한다. 분리 불안을 느끼는 어린이의 경우 부모들도 함께 참여한다. 걷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승마를 통해 말의 움직임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간접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말을 통해 걷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장 운동이나 복근 강화로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승마장은 재활승마 봉사활동을 기반으로 올해 4월 '휘명재활승마센터'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재활승마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의사, 물리치료사, 한의사 등 자문위원 20여 명을 두고 있다.

발달장애 어린이와 함께 승마장을 자주 찾는 부모들이 재활승마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해도 아직은 무료 봉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유재철(38) 휘명승마아카데미 대표는 "재활승마가 발달장애 어린이의 복근 강화나 장 운동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확실하게 정립된 것은 없다"며 "의사, 물리치료사 등과 함께 심리적인 치료와 근육 강화를 체계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체험 위주로 승마장 운영을 시작한 휘명승마아카데미는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승마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방과 후 학습' 시간에 학생들에게 말을 타게 함으로써 승마 인구 저변 확대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승마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들에게 마장마술이나 장애물 넘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말 22두가 있으며, 10여 칸의 마사를 22칸으로 늘렸다. 말 22두 중 포항대 말산업과 교수와 학생들의 말이 7두나 된다. 포항대 말산업과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승마 실습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포항대 말산업과 이철호 교수와 학생 7명은 지난 여름방학 기간 휘명승마아카데미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매일 승마 실습을 했다.

◆"승마 마니아들 많이 찾지요"-구미 한국승마장

한국승마장은 구미 고아읍 대평 20길 13번지 낙동강변에 2008년 개장됐다. 경부고속도로 구미IC에서 선산 방향으로 들어서 지산샛강생태공원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해 1㎞ 정도 지나면 승마장이 나온다.

승마장은 구미시내에서 차로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평일에도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 승마를 즐긴다.

9천여㎡ 부지에 조성된 승마장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장애물넘기 연습장이 눈에 띈다. 구미 생활체육승마연합회 회원들이 단골고객이라고 한다.

실외승마장, 실내원형승마연습장, 휴게실, 마사 등 시설이 민간승마장치고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휴게실 한쪽에는 승마용 부츠 60여 켤레가 가지런히 걸려 있다. 탈의실, 샤워실 등 승마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마방 36칸의 마사에는 말 샤워실도 따로 두고 있다. 승마 이후에는 말도 잘 씻어줘야 한다.

이 승마장은 웜블러드(승용마), 드러브렛(경주 퇴역마), 한라마 등 말 22두를 보유하고 있다. 체구가 크고 늘씬한 웜블러드가 5두나 된다.

자마회원 17명의 말을 제외한 5두는 승마체험용이다. 자마회원들은 평일에도 실내원형승마연습장에서 승마를 즐긴다. 말과 함께 직경 24m의 트랙을 속보나 구보로 달리며 구슬땀을 흘린다. 말을 타고 30∼40분 정도 달린 뒤 샤워를 하면 가슴속까지 시원하다고 한다.

가을에는 체험객이나 일반회원들도 말을 타러 온다. 한국마사회에서 지원하는 '전국민말타기운동' 행사의 하나로 1년에 100여 명이 이 승마장에서 승마체험을 하고 있다.

승마장은 구미 시민들의 휴식처인 '낙동강체육공원'과 인접해 있다. 지난 5월에 준공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210만㎡ 규모의 둔치에 산책로, 초화원, 체육시설, 생태습지 등이 잘 조성돼 있다. 특히 축구장, 야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풋살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족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로 구미 시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체육공원 가장자리에 낙동강 상류를 따라 왕복 6㎞의 외승코스가 있다. 강과 갈대숲을 보면서 시원하게 강변승마를 즐길 수 있다.

한국승마장 대표인 황재기(61) 구미 생활체육승마연합회장은 "취미생활을 즐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노후준비를 위해 승마장을 운영하게 됐다"며 "승마 인구가 적어 수익 측면에서는 아직 적자"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10여 년 전 친구의 소개로 승마를 시작한 뒤 체중이 14㎏이나 줄어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됐다"며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경기가 활성화돼 자마회원, 일반회원, 체험객 등 승마 인구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