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산란철 고향가는 길…꽉 막힌 어도 틔어주세요"

입력 2012-10-27 09:21:37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신천에 사는 잉어랍니다. 제 고향은 낙동강이에요. 대가족이었던 우린 자라면서 점차 독립해 성주 대가천, 군위 위천 등 물길을 따라 각자 먼 여행을 떠났답니다.

왜 여행을 하냐고요? 물길을 따라 오르는 소상(遡上)본능 때문이에요. 태고적부터 내려온 생존 본능이죠. 산란철이면 대규모 이동이 시작돼요. 민물고기들은 주로 봄에 산란해요. 바다를 오가는 황어 은어 산천어 등은 봄철에, 뱀장어 연어 송어 등은 가을철에 바다여행을 마치고 산란을 위해 모천(母川)으로 회귀(回歸)한답니다. 4월 말~5월 초순, 10월 말~11월 초순이 산란철이에요.

저는 금호강을 지나 이곳 신천까지 왔어요. 오는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어도(魚道)가 없는 곳도 많고 있어도 오르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사진은 10월 중순에 촬영한 거예요, 보 위에는 물이 있는데 어도에는 물이 말랐네요. 봄철도 이와 사정이 비슷해요. 문제는 산란철이 갈수기란 점이에요. 갈수기 유량을 고려하지 않고 어도를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홍수에도 취약한 구조여서 큰물이 지나면 여기저기 막히기 일쑤예요. 관리도 문제가 많아요. 퇴적물이 쌓여도 정비를 잘 안 해요.

죽을 고비도 많았어요. 길이 막혀 고립된 친구들은 한여름에 저산소증으로 떼죽음당하기도 했어요. 물고기가 죽는 게 무슨 큰일이냐고요?

수중 생태계 맨 아래는 광합성으로 증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있어요. 이들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돼요. 동물성 플랑크톤은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또 이들은 큰 물고기의 먹이가 돼요. 이렇게 자란 물고기들은 영양분이 많은 배설물로 수생식물의 생장을 돕습니다.

만일 물고기 등 생물이 사라진다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다 증식하게 돼요. 이 가운데 녹색을 띠는 녹조류가 과다 증식해 수면을 뒤덮으면 물속에 햇빛과 산소 공급이 어려워 결국 강물을 썩게 만듭니다.

강물이 오염되면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과 희귀병이 생겨나요. 개발도상국에서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천 오염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예요. 결국 물고기가 사라지면 역병이 돌고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 수 있어요.

유럽 등 선진국 친구들이 부러워요. 선진국에서는 댐에도 어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요. 독일 프라이부르그 소하천에는 소수력 발전을 위해 만든 보에 친환경 어도를 만들었어요. 상단부에 퇴적물 차단시설을 하고 그 아래에 수중 이동통로(터널)를 뚫어 수위가 낮아도 물이 흐르도록 했다네요. 독일에서는 어도를 설치할 때 유량과 하천 구조, 보의 낙차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또 전문인력이 수시로 관리한다고 해요.

예전에 그 많았던 은어, 뱀장어, 꺽지, 붕어, 쏘가리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사람들은 막힌 산도 뚫어 길을 훤히 낸다지요. 물고기들에게도 제대로 된 길을 터 주세요. 물고기의 행복은 곧 인간의 행복과 연결돼 있으니까요.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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