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조성하

입력 2012-10-25 14:12:04

마흔살 넘어 스타 반열 '비정한 도시' 택시기사 역

# 무명시절 택시기사 경험, 이번 영화서 애드리브 척척

배우 조성하(46)는 최근 2년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 중 하나였다. 연극 무대로 연기를 했으니 경력이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영화 '황해'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서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그는 누구나가 찾는 배우가 됐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일본 팬들이 그를 알아보고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였으니,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조성하의 과거는 부유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택시기사도 했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연기를 포기하고자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생각을 바로잡아 줬다.

"집사람이 '당신을 보고 살았는데 포기하면 어쩌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내가 나 자신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았구나' 싶었죠. 결국 가족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포기하려고 하다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서 영화계로 진출하게 됐어요.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됐어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버텨 온 것이죠. 하지만 오늘 내가 얼마만큼 행복한가 생각하며 하루하루 만족도를 채워가니 되더라고요."(웃음)

"과거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는데…"라고 생활고에 택시기사 일을 했던 과거를 꺼냈는데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택시기사가 뭐 어떠냐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다.

"과거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려하진 않아요. 다만 내세울 건 아니라고 생각은 하죠. 많은 사람들도 모두 고생하는데 내가 고생했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과거가 어렵고 힘들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을 때 고통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견뎌왔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웃음)

조성하는 "작품 속에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재벌이나 왕 등 지적이고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로 많이 그려졌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잘 배우고,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방황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생활고에 연기 포기할까 고민도

그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가지 노동을 한다"며 "내가 젊은 날을 허황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구나. 어려웠던 과거를 갖고 있던 사람도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보고 힘을 내서 많은 이들이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택시기사로 일을 해봐서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행동하는 눈짓이나 몸짓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애드리브를 치는 것도 편하게 했다"며 이번 역할에 대해 만족해했다.

'비정한 도시'는 심야에 발생한 택시 뺑소니 사고를 시작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다. 택시기사 돈일호(조성하), 돈을 갚으라는 사채업자 변사채(이기영)의 협박에 신체 포기 각서를 쓰는 김대우(김석훈), 췌장암에 걸린 대우의 아내 홍수민(서영희), 탈옥범 심창현(안길강), 틱장애가 있는 고등학생 정봉연(최우식) 등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거나 만날 수 있는 이들이 등장해 연쇄적인 사건을 일으키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 없던 때 생각하면 "바빠서 행복"

조성하가 '비정한 도시'에 참여하게 된 건 순전히 감독의 열정 때문이다. "다른 촬영들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몇 번을 고사했죠. 감독이 드라마 '로맨스타운' 쫑파티를 하고 있는 장소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더라고요. 매니저가 '김 감독이 기다리고 있는데 인사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인사를 했죠. 그때 촬영 시간을 제게 최대한 맞출 수 있겠다고 해서 함께하게 됐어요. '삼고초려' 정신에 반했다고 할까요?" 감독의 열정 덕에 조성하를 비롯해 김석훈, 서영희, 이기영, 정애리, 박정아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참여, 영화에 힘을 실었다.

그는 자신을 현재까지 있게 해준 의미가 큰 작품을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2004)이라고 꼽았다. "그때 서른 중반이었는데 완전히 부패한 쉰 중후반의 방송국 국장 역할을 했다. 그 역할의 중후함을 잘 표현해서인지 다음 드라마에도 캐스팅 됐다. 이어 '황진이' '대왕세종' 등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나이가 40이든, 50이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늦었다면 상당히 늦은 거지만, 이르다면 또 이르다고 생각할 나이인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어떤 틀에 나를 맡겨 연기를 하고 싶진 않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될 수 있으면 많은 작품에 출연해 다양한 연기를 하려고 한다. 많은 감독들과 작가들이 무슨 배역을 생각하면 누구를 고정으로 생각하는데 '조성하'라는 배우가 오면 이것도, 저것도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게 내 큰 자산"이라고 만족해했다.

다만 "요즘 골고루 작품을 하다 보니 '다작하는 배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다작이 칭찬으로 쓰이는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재작년까지 조성하는 볼품없는 작은 배우였는데 최근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일이 없던 시기가 길다보니 정말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클 뿐"이라고 말했다.

조상하는 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한계지어 버린다면 그건 장애 요인이자 위험한 것이 될 것 같다"고 덧붙이며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게이 역할도 난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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