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국왕 왕비가 10여명'''매년 한명씩 왕비 새로 얻어
장의사가 소형 트럭에 관을 하나 싣고 시골길을 달리는데 터벅터벅 혼자 걷던 남자가 손을 번쩍 든다. 맘씨 좋은 장의사는 그 남자를 짐칸에 태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관 위에 앉아서 옷깃을 여민다.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트럭의 바삐 움직이는 와이퍼 너머로 비를 쫄딱 맞은 젊은이가 또 손을 든다. 그 젊은이가 트럭 뒤에 타고 보니 관 하나가 놓여 있다. 인적 없는 시골길을 장의사 트럭이 관을 싣고 달리는데 비는 억수로 쏟아지고 어둠은 스멀스멀 내리고, 그는 그 관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그 젊은이가 몸을 덜덜 떨고 있는데 마침내 비가 뚝 그친다. 그 순간 삐그덕 관 뚜껑이 열리며 시체가 나오는 게 아닌가. '으악' 하며 그 젊은이는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린다. 시체(?)가 운전석을 두드리자 트럭이 멈췄다. 관에서 나온 '시체'는 먼저 탄 사람으로 소나기가 쏟아지자 관 속에 들어가 누워 뚜껑을 닫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머리가 터지고 다리가 부러진 그 젊은이는 다시 트럭에 실려 음바바네에 있는 왕립병원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바로 그 병원의 당직 의사는 우리나라 정부 파견의 안효정 박사였다.
◆평화로운 초미니 국가
이 사건은 이튿날 스와질란드 신문의 톱기사로 장식됐다. 재미있는 사건이지만 이런 것이 신문 톱기사로 장식되는 나라가 스와질란드다.
아프리카 52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아프리카 대륙 남단 남아공과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모잠비크 사이 소 등에 빈대 한 마리처럼 붙어 있는 초미니 국가 스와질란드는 강원도만 한 넓이에 인구라야 80만 명도 채 안 된다.
이 나라는 말 그대로 왕국이다. 국왕 음스와티 3세는 모르긴 몰라도 이 세상에서 복을 가장 많이 타고난 사람이리라. 나라가 크면 통치하기 골치 아픈 법. 조그만 나라엔 야당도 없고 반정부 데모도 없다. 장의사 트럭사건이 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올 만큼 사건다운 사건이 없다는 의미는 그만큼 이 나라가 조용하고, 평화롭고, 범죄가 없고, 말 많은 정치판도 없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남자의 3가지 목적은 권력과 부와 여자라 했던가. 음스와티 3세는 확고부동한 권력을 한 손에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땅이 그의 것이다. 그리고 여자. 그는 43세의 나이에 벌써 13명의 왕비를 거느리고 있다. 그렇다고 13명의 왕비가 전부인 것도 아니다. 매년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은 봄이 오는 길목으로 1년 중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좋은 계절이다. 이때 훔흐랑가라는 이 나라 최대의 축제가 1주일 동안 질펀하게 이어진다. 이 축제의 목적은 왕권의 절대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축제 때마다 왕비 선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젖가슴을 드러낸 수백 명의 처녀들이 이틀 동안 왕족 앞에서 추는 갈대춤이다. 이 처녀들은 각 고을의 추장들이 뽑아 올린 전국 방방곡곡의 미녀들이다. 이때 왕이 한 처녀를 찍는다. 그러면 그녀는 새로운 왕비가 되는 것이다.
매년 왕비 한 명을 얻어 왕의 춘추가 60세가 되었을 땐 40명의 왕비를 거느릴 수도 있다. 한 왕비가 4명의 자녀를 둔다면 200여 명의 왕자와 공주가 양산되는 것이다. 실제로 음스와티 3세 현 국왕의 형제자매는 200여 명이나 된다.
그렇다고 스와질란드에서는 왕만 여러 부인을 거느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부인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 그리고 부인들의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추기가 쉽지 않은지 요즘 젊은이들은 여러 부인을 얻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견하게도 이 나라의 젊은 왕 음스와티 3세는 주색에만 빠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남아공과 모잠비크 사이에 끼여 정치도 솜씨 있게 해 토실한 알부자 나라로 키워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와 질병과 내란에 휩싸여 1인당 국민소득 100~200달러에 허덕이는 데 비해 이 나라는 1인당 소득 2천달러에 이르며 평화롭기만 하다. 20여 년간 공산독재 치하에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모잠비크에 스와질란드는 온갖 생필품과 전쟁물자를 팔아 한몫 단단히 잡았던 것이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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