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좋아하는 당신에게 찾아오는 '남성'의 적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해서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호두와 비슷한 크기의 장기다. 소변과 정액은 전립선을 지나지 않고서는 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처럼 작은 전립선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소변을 볼 때와 정액을 배출할 때 여러 증상을 일으키고, 남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국 남성의 평균 전립선 크기가 5년 전에 비해 평균 23.5% 더 커졌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2006~2011년 경직장 초음파검사 9천333건의 전립선 크기를 분석한 결과다. 30대 이상 남성의 평균 전립선 크기는 2006년 19.1g에서 2011년 23.6g으로 평균 4.5g(23.5%) 커졌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60대다. 같은 기간 21.1g에서 27g으로 5.9g(27.9%) 더 커졌다.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후 남성들의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가 됐다.
◆배뇨 시 불편감 있으면…
올해 63세인 김진구(가명) 씨는 5년 전부터 자주 소변이 마렵고 밤에 잠을 자다가도 서너 번씩 화장실을 찾았으며, 소변을 본 뒤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몇 년간 지내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소변 속도가 줄어 있었고 전립선도 상당히 커져 있었다. 약물치료를 받은 뒤 사흘째부터 소변 증상이 나아졌고, 4개월 후 전립선 크기도 20% 이상 줄어들었다.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적잖지만 그저 나이 들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받고 나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고, 일상생활의 불편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평소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애를 먹던 박경호(가명'65) 씨는 전날 감기약을 복용한 뒤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도뇨관을 삽입했더니 방광에서 소변 1천㎖가 배출됐고, 전립선 크기도 상당히 커져 있는 상태였다. 전립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여서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을 했고, 이후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노인 인구의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전립선비대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정상 고환을 갖고 있는 40대 이상 남성에게 발생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호르몬. 특히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류 섭취가 늘면서 남성호르몬과 성장인자에 영향을 줘 전립선이 커진 경우다.
◆간단한 검사 통해 진단 가능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요도가 눌려서 좁아지고, 소변 줄기도 가늘고 약해진다.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지연뇨, 소변 줄기가 중간에 끊어졌다 나오는 간헐뇨 등의 증상이 생긴다.
소변이 방광에 계속 남아있는 듯한 잔뇨감, 방광을 자극해 소변 누는 횟수가 느는 빈뇨, 잠잘 때 한 번 이상 소변을 보는 야간뇨, 소변이 마려우면 곧 나올 것 같은 급박뇨,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느껴지는 배뇨통 등도 생긴다. 전립선비대증이 점점 더 심해지면 소변을 볼 수 없는 '요폐' 상태가 되고, 방광이 손상돼 기능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신 뒤 지나친 방광 팽창, 감기약 복용, 갑작스런 기온 하강, 통증, 스트레스 등이 있을 때 급성요폐가 잘 발생한다.
진단법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증상점수, 소변 줄기의 세기를 속도로 표시한 요속검사 및 잔뇨검사, 전립선 크기의 측정, 혈중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 등이 있다. PSA 검사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을 구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검사다. PSA는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일종. 전립선암이 있을 때 혈액에서 일정 수치 이상으로 증가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도 혈액 내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전립선비대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여러 약물요법과 함께 환자에게 상처를 덜 주는 치료법이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먼저 '대기요법'은 주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 적용되는데,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받아 치료가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평소 자기 전에 가급적 음료를 마시지 말고 카페인이나 술을 줄이는 등의 생활습관 조절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잘라내는 수술 필요할 수도
약물치료는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잘 안 나오게 하는 신경을 억제해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킨다. 복용 후 2, 3일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그러나 효과가 빠른 반면, 지속성은 떨어져 약을 중지하면 바로 증상이 악화되는 단점이 있다.
전립선비대증 발생에는 남성호르몬, 특히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한다. DHT를 억제해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물이 있다. 약 6개월 정도 복용하면 전립선 크기를 15~25% 정도 줄인다. 그러나 복용을 중단하면 전립선이 다시 자라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장기 복용이 필요하다.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지만 남성 탈모가 있는 사람은 머리카락이 다시 나는 이로운 부작용도 있다.
근본적 치료법은 커진 전립선 조직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다. 최근 효과적 약물이 많이 개발돼 수술이 필요없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도 있다.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급성요폐, 재발성 요로감염, 혈뇨, 신장기능의 저하, 방광결석이 동반된 경우 등이다. 수술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내시경수술과 개복수술이다. 개복수술은 일부 제한된 경우에만 이뤄진다. 대신 요도내시경을 이용해 전립선조직을 잘라내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가장 대표적인 표준수술법이다.
상대적으로 상처나 출혈이 적은 레이저치료가 등장해 초기에는 관심을 끌었지만 치료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커진 전립선조직의 파괴 정도가 약해 장기적 효과가 떨어졌고 ▷시술 후 전립선요도가 많이 부어 소변 보기가 힘든 탓에 도뇨관을 오랫동안 넣어둬야 했고 ▷방광자극 증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최근 보다 진화된 레이저로 전립선 조직을 급속히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지혈효과도 좋은 장비가 등장했다. 하지만 전립선비대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김천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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