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가슴 철렁' 서문시장 화재, 합동 안전점검 동행해보니…

입력 2012-10-20 09:03:07

목조상가 80개 밀집…불똥만 튀면 언제든 대형참사

19일 오후 서문시장 건어물 상가 합동 안전점검에 나선 중구청 안인환(왼쪽) 담당과 건해산물상인회 조창규 회장이 목조로 된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9일 오후 서문시장 건어물 상가 합동 안전점검에 나선 중구청 안인환(왼쪽) 담당과 건해산물상인회 조창규 회장이 목조로 된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마른 장작이 불에 잘 탄다더니…. 119에 전화하려고 돌아서는 3분 사이 목조 건물 하나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18일 건어물 상가 화재(본지 18일자 1면 보도)가 발생한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여전히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상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 촘촘히 붙어 있어 작은 불씨에도 쉽게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대구 중구청과 서문시장 건해산물상인회가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합동 안전점검에 나선 결과, 건어물 상가 밀집구역은 '화재 안전성 제로' 지역이었다. 건어물 상가 일대에는 33㎡(10평) 남짓한 작은 점포 80여 개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대부분 50년 이상 된 낡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점포 안 나무 지지대 사이사이로 먼지가 수북이 쌓인 노후전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길게 축 늘어진 전선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형광등도 보였다. 뒤엉킨 전선 위로는 건어물을 담았던 상자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소화기는 비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있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했다.

18일 화재가 났을 당시 소방차 42대와 91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집중 동원됐지만 40여 분이 지나서야 불을 껐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오래된 목재는 수분기가 없어 연소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불이 난 건물은 60년 이상 된 목조건물인데다 가연성 물질인 먼지가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번 화재가 '예고된 화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 상가는 이미 한 차례 화재 경력이 있기 때문. 1997년 목조로 지어진 건물에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대형화재가 발생해 상가 9개소를 태우고 꺼졌다. 상인 변모(52) 씨는 "이번 화재는 97년 상황과 다르지 않아 예방만 철저하게 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아닌 전기안전점검, 건물 개'보수 비용 지원 등의 화재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인은 드물었다. 보험회사에서 높은 화재 위험성을 인식해 가입을 꺼리는데다 까다로운 보험조건에 상인들도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18일 불이 난 건물 내 점포 6개 모두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 개인의 몫이 된 것. 이날 기자가 둘러본 20개 점포도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상인 정영희(55'여) 씨는 "계속 일어나는 화재를 보고 보험을 넣기 위해 수소문을 해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마땅한 대책도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문시장 건해산물상인회 조창규 회장은 "시장 상인들의 화재 안전 의식은 취약한 편이다"며 "정부가 상인들이 정기적인 안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화재보험 가입 활성화를 위한 보험료 지원 등의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중구청 경제과 안인환 담당은 "상인회와 협의해 전기안전검사를 점포마다 시행해 '누전 위험성'이 있는 곳은 보수 공사를 하고, 소방경보시스템도 설치할 계획이다"며 "화재보험 가입 필요성을 적극 알려 화재보험 가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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