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삶의 모습 담고 있죠"…'양의 화가' 문상직 초대전

입력 2012-10-19 07:58:35

21일가지 수성아트피아, 표정·행동 통해 메시지 전달

화가 문상직은 20년 이상
화가 문상직은 20년 이상 '양'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가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양떼의 모습은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다.

"소재의 한계를 넘고 싶어 양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소재에 공포가 사라지더군요."

화가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소재'다. 어떤 소재를 선점해 남들과 차별화하느냐가 화가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화가 문상직은 20년 이상 양을 그려오고 있다. 일찌감치 '양'이라는 동물을 통해 차별화된 소재를 선택했다. 인물을 위주로 작업하던 그가 양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딸에게 선물했던 작품 중 소녀와 양 두 마리를 그린 소품이 있었어요. 그리고 낙동강변에 비닐하우스 풍경이 양떼가 몰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양을 그려봤죠."

아마도 그후 화가가 그린 양의 숫자는 수천, 수만 마리에 이를 것이다. 스케치 없이 캔버스에 곧바로 그리는 화가는 황혼에 물들거나 새벽 안개에 둘러싸인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다. 양들은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평화롭게 풀을 뜯거나 하늘을 응시하곤 한다. 작품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양은 다만 소재일 뿐입니다. 저 역시 어느 순간부터 소재는 안 보려고 해요. 양을 통해 우리네 삶을 담아내지요."

양이라는 소재 너머에는 '삶'이 있다. 그러고 보니 양들도 다 똑같은 평화로운 표정이 아니다. 고달프게 능선을 올라가고 있는 양들, 무리지어 먼 이상을 바라보는 양, 분열되어 뿔뿔이 흩어진 양 등 저마다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그림 속 양들은 방향성을 배제하고 있다. 삶 자체가 합리적인 분석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 속 양 모습도 사실적이기보다는 작가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상징물에 가깝다. 그림 속 양을 넘어서니, 비로소 작품의 주제가 보이는 듯하다.

"20년 이상 팔공산에 살다 보니 양이 사는 배경도 푸른 산이 되고 있어요. 요즘 양이 통통하게 살이 찌는 걸 보면, 제 마음이 평안한가 봅니다."

문상직의 초대전은 2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다. 053)668-156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