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만의 집짓기'가 인기라고 한다. 아파트의 투자 효과가 줄어들면서 굳이 아파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니, 그간 억제되어 있던 단독주택에 대한 꿈을 실현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 한다. 의뢰인에게 꿈과 같은 멋진 단독주택을 실현해준 한 건축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새로운 집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공간 구성과 색상 등 외형적 요소가 아니라, 의뢰인이 원하는 삶의 방식, 즉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파악하는 것이라 했다. 즉, 주택은 개인의 삶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가족 구성원이나 이웃 간의 관계 등을 반영한 그릇이기에, 어떠한 콘텐츠로 채울지가 먼저 정해져야 그에 맞는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세 가지 기본 생존 요건이라는 의(衣), 식 (食), 주(住)는 인간의 가장 밀접한 생활환경으로서, 개인의 특성과 밀접하게 상호 연관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보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한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의 말은 음식이 개인의 내면적 정서와 긴밀히 맞닿아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 문구는 식(食)뿐만 아니라, 의(衣)나 주(住)의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개인의 개성과 취향, 스타일 등의 콘텐츠가 의식주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똑같은 크기와 구조의 건축물에 벌집처럼 들어와 살던 인간 군상이 이제 새들처럼 자기 몸에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 흩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옷도 마찬가지다. 명품 브랜드의 소위 '잇 백'을 갖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해하기보다는, 나의 스타일이나 가치 등 나의 내면과 잘 어울려 딱 내 것이다 싶은 셔츠를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득템'이리라. 거기에 옷장 속 아이템들과 코디네이션해서 스타일을 완성시킬 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패션이 완성되는 것이다. 고가의 명품 패션이라는 그릇에 나를 담으려 하기보다, 나의 '명품 콘텐츠'를 표출할 수 있는 나만의 맞춤형 그릇을 빚는 기쁨을 누려보자.
교복자율화가 인간 본연의 자기표현 욕구를 표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 정서발달에 긍정적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면서도, '등골브레이커'로 대표되듯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이라는 이유로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이들에게 자신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패션을 다루는 통제력만 주어졌더라면 좀 더 다른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조자영<한국패션산업연구원 패션콘텐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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