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 비타민] 행복 네트워크 사회의 대통령

입력 2012-10-13 08:00:00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선이 오늘로 딱 67일 남았다. 언론은 여러 조사를 활용해 각 후보의 지지도를 파악하기에 분주하다. 지난달 27일자 매일신문에 보도된 대선 후보 여론조사 분석을 보면 우리 지역에서도 특정 후보 쏠림 현상이 많이 퇴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거까지는 많은 시일이 남아 있어 각 후보 진영이나 여론조사 기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추세를 확인하면서 선거 지형을 가늠하고 당선자를 예측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국내에서 사회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하여 여론의 숨겨진 형성 과정을 찾는 방법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당신과 연결된 사람들로 정의된다. 이것이 네트워크 분석의 이론적 논거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투표 행위를 알기 위해서 유권자가 지금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관계와 소통의 대상이 누구인가를 추적하는 것은 유용한 접근법이다.

네트워크 방법론은 1967년 하버드대학의 밀그램(Milgram) 교수가 창안한 것으로, 무작위로 선택한 미국인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6단계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6단계의 분리' 법칙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더라도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좁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밀그램의 연구에 도전하는 새로운 결과가 제시되면서 일반인에게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보건사회학자인 크리스타키스(Christakis)와 정치학자인 파울러(Fowler)는 30년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6단계의 절반인 3단계만큼 떨어져 있음을 찾아냈다. 두 학자는 내 친구가 비만일 경우에 내가 비만일 가능성이 45% 높아졌으며, 친구의 친구이면 20%, 친구의 친구의 친구면 10%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나아가 음주, 금연, 그리고 행복을 전파하는 경로 거리도 3단계 정도로 나타났다.

3단계 이론에서 주변 사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의 행복 네트워크 조사를 보면, 1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이 행복할 경우 내가 행복할 확률은 15% 더 높아진다. 2단계의 행복 확산 효과는 10%, 3단계는 6%, 4단계에서 행복 확산 효과는 사라진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미치는 행복 영향력도 다르게 나타났다. 이웃 사람 34%, 친구 25%, 형제'자매 14%, 남편'아내 8%. 요컨대 이웃 사람이 행복해야 나의 행복이 증가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웃 사람의 행복과 나의 행복 사이의 연관성은 투표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물음에 명확히 답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즐거움 정도가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행복 수준에 좌우된다면, 그리고 대선 후보와 나와의 행복 네트워크가 3단계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은 불행과 증오의 인물 대신 환한 미소와 푸근함을 지닌 후보를 자신의 이웃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오늘날 스마트폰과 SNS의 출현으로 우리는 네트워크 사회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 맺기는 매우 빨라지고 쉬워졌다. 이에 따라 선거 캠페인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한 SNS 선거 캠페인 활동에서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거리 곳곳을 누비며 악수하는 것만큼이나 SNS에서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접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을 통해서 대선 후보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정보를 받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에 대선 후보들은 우리들의 이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대선 후보들을 가까운 친구, 가족보다 더 자주 만나고 접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통령 당선자가 정해지면 우리는 앞으로 5년 동안 새로운 대통령과 관계를 갖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대선 후보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면 네트워크 방법론으로 대선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없을까? 사람이 행복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놀이공원처럼 즐겁게 만들어 주는 후보를 찾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행복을 표출하고 그것을 여러 사람에게 전염하는 후보가 있다면, 투표함을 열어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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