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주거문화' 식상…단독주택에 살어리랏다

입력 2012-10-10 11:01:40

베이비부머 은퇴 늘고 전세대란 겹쳐 인기몰이

아파트 전세난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 시즌이 맞물리고 에너지 절감형 단독주택 등이 속속 개발되면서 단독주택 수요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아파트 전세난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 시즌이 맞물리고 에너지 절감형 단독주택 등이 속속 개발되면서 단독주택 수요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경산 사동택지지구의 패시브 하우스
경산 사동택지지구의 패시브 하우스

#1. 연말 결혼을 앞둔 김모(35) 씨는 고민 끝에 단독주택에 신접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당초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고 했지만 가격과 위치 모두 만족하는 아파트를 찾을 수 없었다. "같은 값으로 넓은 단독주택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려 합니다. 요즘은 곳곳에 CCTV도 있고, 치안도 괜찮다고 하니 주택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나만의 노후 스타일을 보내기엔 단독주택이 딱 이에요." 12월 퇴직을 앞둔 이모(58) 씨. 그는 퇴직 후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바쁜 동료들과 달리 단독 주택을 보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시골 출신인 그는 평소 마당이 있는 주택 생활을 꿈꿔왔다.

"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답답한 아파트보다 마당 집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최대한 어릴 때 뛰놀던 고향집 같은 주택을 마련할 겁니다."

◆주거문화 바꿔 새 삶을

단독주택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치안문제와 생활불편 등의 이유로 인기가 시들했던 단독주택이 아파트 전세난으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붕어빵 주거문화'에 식상해 하고, 도회지에서의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이 투자에서 실수요자로 옮겨가면서 더 이상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데다 전세대란까지 겹쳐 단독주택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에너지를 줄이는 패시브 하우스와 그린 한옥이 등장하는 등 과거 편리한 집으로 인식되는 아파트의 대량 공급에 밀려 1980년대 이후 주택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단독주택이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한옥 등으로 진화하면서 수요층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석 달 전 아파트 생활을 접고 단독주택으로 옮긴 김인성(49) 씨는 요즘 새 삶을 살고 있다. 100㎡ 남짓한 좁은 마당이 딸린 집이라 텃밭을 만들었고 몇 가지 운동기구도 준비했다.

김 씨는 "남들이 보기에는 손바닥 만한 텃밭이지만 우리 가족에겐 대륙을 가진 것처럼 기쁘다"며 "아이들도 만족해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흡족해 하는 점은 이번에 장만한 집이 에너지 절감형 집인 패시브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주택을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등으로 설계, 폐열회수 환기장치 등을 통해 버려지는 열을 회수함으로서써 난방을 위한 별도 설비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최근 경산시 사동 택지개발지구에 패시브형 에너지저감 단독주택인 로이하우스가 공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난방비의 53~87%까지 줄일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는 설계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다양한 설계기법으로 건축주가 원하는 설계시공이 가능하며 공사비를 최소화하는 공법도 개발돼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구 동구 도학동에 첫선을 보인 그린 한옥도 단독주택 인기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린 한옥은 전통 한옥이 지닌 멋과 디자인 등 전통성과 친환경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열손실을 제로화한 한옥주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열손실과 외부의 뜨거워진 열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일반 한옥과 대비해 90% 이상을 줄였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단독주택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냉난방비 두담이 크고 생활이 불편한 상황에서 고성능단열 및 패시브 설계를 적용한 로이하우스와 그린 한옥 은 향후 단독주택수요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계로 보는 단독주택의 인기

지지옥션에 따르면 단독주택의 2006년과 2007년 낙찰가율은 86%에 달했지만 2008년과 2009년은 76%, 2010년 73% 등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낙찰가율은 8월 87.04%까지 회복했고 낙찰률도 43.9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1%와 31.8%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베이비부머들도 단독주택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1층을 점포로 활용할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분양한 단독주택 용지의 경우 4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북구 금호'사수동 단독주택 용지 역시 웃돈까지 붙는 등 단독주택 열기를 반영했다.

신축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단독 신축 허가 건수는 2008년 352건과 2009년 295건에 그쳤지만 2010년에는 623건, 지난해에는 545건으로 2, 3년 전과 대비하면 두 배 정도 늘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단독주택은 냉'난방에 취약하고 주차와 방범 문제에 노출돼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건축 자재 및 시공 수준이 향상되면서 획일적인 아파트에 비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을 개조하는 리모델링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자문위원은 "대구시내 30~40평형 아파트 가격이면 노후 단독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면 쾌적한 단독 주택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아파트에 염증을 느낀 일부 수요자들이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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