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다음날 간이 속성 검사만…전문가 "분해 안되 장기 영향"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2, 3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환경과학원(이하 과학원)의 초동조사가 주민 불안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원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다음 날 새벽에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에서 대기오염도 측정을 했으며, 사고지역의 불산 농도가 1ppm으로 기준치 이하라며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구미시에 전화 통보를 한 뒤 철수했다. 이 때문에 구미시는 주민대피령을 해제했고, 주민들도 속속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과학원은 사고 지점과 남동쪽 1.3㎞ 떨어진 곳 등 4곳에서만, 정밀기기가 아닌 pH 페이퍼'검지관 등 간단한 검사만 할 수 있는 속성측정기기를 사용해 불산 잔류량을 측정했다.
그러나 과학원의 이러한 측정은 간이측정법에 불과해 불산이 어느 정도 누출됐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일 20t 탱크로리에서 누출된 불산의 양은 13∼14t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문가들은 불산이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 중에서 바람의 영향에 따라 4㎞ 이상 날아가고, 소석회 등 중화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연정화가 잘되지 않는 물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불산 누출사고 현장과 5㎞가량 떨어진 낙동강과 6㎞ 정도 떨어진 구미광역취수장의 수질 오염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과학원이 지난달 28일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에서 대기오염도를 측정해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다고 했지만 불산 측정 기계가 소수점 이하로 측정할 수 없는 간이장비이다 보니 분석 능력이 떨어져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김 부소장은 "불산은 토양이나 수질 오염이 되면 쉽게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불산을 제독하는 과정에서 물로 씻어냈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물론 낙동강 수질 오염 측정도 정밀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불산의 불소이온은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토양과 식물에 남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과학원은 정밀측정장비를 동원해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2일째인 8일부터 피해지역의 불산 잔류량 측정에 나섰다.
과학원은 대기측정팀 2개 반 4명의 연구원 등 9명과 정밀측정장비 10세트, 대기오염측정차량 등을 동원해 피해현장에 대해 풍량, 풍속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정밀기계로 2차 피해지역의 불산 잔류량을 확인하는 건 사고 이후 처음이다.
한편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달 2일 불산 누출사고에 의한 피해 지점 3곳에서 지하수를 채수해 분석한 결과 "불소농도가 모두 음용지하수 수질기준(1.5㎎/ℓ) 이하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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