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제각기 서로 다른 봉투를 들고 있다. 플라스틱류, 캔류, 병류, 음식물 쓰레기 등을 들고 분리수거하는 곳으로 나타난다. 어떤 것은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고 어떤 것은 폐기처분되어야 할 것인지 따로 모아져 들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종류별로 나뉘어 이곳에서 각자의 길로 간다.
요즘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자주 만난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경제활동 기회를 갖지 못한데다 남편이나 자녀에 의지하여 생활을 해 온 탓에 마땅한 노후 대책이 없어 더 외롭고 춥다. 일자리를 원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령자를 기피하게 된다.
올해 오십을 넘긴 어떤 가정주부는 아침 설거지를 하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벼르고 벼르던 해외여행을 예약해 놓고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우편물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벌써 이메일로 일정표와 모든 주의 사항을 보냈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스럽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대신해 준 대학생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가다려 봐야만 한다. 물건은 직접 가서 만져보고 사야 마음이 놓이고, 이메일보다는 우편물 안내서가 익숙한 세대이다.
세상에는 정말 쓸모없이 존재하는 것이 있을까.
"나는 강아지똥, 지저분하고 쓸모없다며 피하려 들기만 하는 볼품없는 외톨이. 그런 어느 날 바람에 실려 날아온 민들레 꽃씨가 내게 말을 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네가 꼭 필요해."
존재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쓸모없기에 가질 수 있는 가치가 따로 있을 것이다.
옷을 짓는 데는 작은 바늘이 필요하다. 기다란 창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비를 피할 때에는 작은 우산 하나면 충분하다. 아무리 하늘이 넓다고 하더라도 따로 더 큰 것을 구할 필요가 없다. 타고난 바와 생김생김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듯이 젊음, 늙음과 역할에 따라 분명히 쓰일 곳이 다를 뿐이다.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가정에서나 인간적인 역할도 포기하란 법은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구분을 그렇게 빨리 해낼 수 있을까. 직업, 배경, 교육수준 등으로 사람을 나누고 세상의 모든 가치를 쓸모로만 계산한다. 마치 분리수거 봉투에 쓰레기를 분리하듯 능숙하다.
인도 고대의 명의 지바카는 아버지 무외(無畏)에게 허락받고 이웃나라 명의인 핑갈라(Pingala)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십여 년을 아픔의 까닭과 낫게 하는 길을 배운 지바카에게 어느 날 스승은 마지막 과제라며 어려운 문제를 내주었다.
"한 달 동안 세상에 약이 되지 않는 풀을 모두 모아 광주리를 채워라."
지바카는 약초 광주리를 들고 온 누리를 헤매다가 기한이 되어 스승에게 돌아와 말했다.
"스승이시여, 세상에 쓸모없는 풀은 없더이다."
고윤자<약사·수필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