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골든타임

입력 2012-10-08 07:15:44

추석연휴가 짧았던 탓인지, 중간에 개천절이 끼여 있어서 그런지 이번 명절의 후유증은 예년에 비해 덜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추석 전날 아파트 현관문에 손가락이 끼여 손톱이 꺼멓게 변하는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진통소염제를 먹었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손톱 밑으로 피가 난 뒤 손톱도 들뜨는 것 같아 걱정이 돼 가까운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보았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바늘을 불에 달구어 손톱에 구멍을 내서 고인 피를 빼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마침 주사기가 집에 있어 주삿바늘을 손톱에 넣고 돌리며 조심스레 구멍을 내고 피를 짜내니까 일단 욱신욱신 쑤시는 건 사라졌다. 응급처치 후 통증은 사라졌지만, 손톱 밑에 응고된 피 탓에 시꺼먼 손톱이 새 손톱으로 대치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 간단한 사고였지만, 생명과 연관되는 사고의 경우에는 초기 대처가 얼마나 중요할지 새삼 실감하게 됐다. 특히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와 같은 때에 자칫 사고라도 나면 신속한 치료는 더욱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추석날 집에서 요리를 하기 위해 사용하던 휴대용 가스버너가 폭발해 가족이 화상을 입고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지만 환자도 많고 중환이 많아 치료를 받는데 5시간이나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종영한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골든타임'은 중증외상 환자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이다. 응급 외상환자의 경우는 1시간이고, 뇌졸중 발병 환자의 경우는 3시간이다. 사고 발생 후 피해를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뜻하는 의학 용어이다. 그만큼 응급한 외상을 대처할 때 신속함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응급실은 과연 얼마만큼 빠르고 신속한 초기대처가 가능할까? 우려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병원도 드물고 외상외과 전문의사도 부족한 현실이다. 만약에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병원 측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면 그 지체되는 시간만큼 환자와 그 보호자의 타들어가는 심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지체됨 없이 우리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어떠한 상황에도 사수되는 의료계의 철저한 대처가 이름처럼 금과 같이 빛나도록 각계각층이 작은 힘이나마 모아야 할 때로 생각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