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친구들로부터 '얍삽하다'는 말을 들으면 남자로서는 큰 수치였다. 공동체적 성격이 강했던 우리 사회에서 '교활하게 자기 것만 챙기는 인간'이라는 낙인이 꽝하고 찍히면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의리를 중시했던 남자 친구 간에는 '너는 우리와 놀 수 없다'라는 일종의 절교 선언이나 다름없었고, '얍삽한 친구'는 알게 모르게 배척되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걔는 일본(日本)분 같다"라는 말을 쓰기도 했는데, 독도 문제를 지켜보니 아주 적합하고 바람직한 비유인 것 같기도 하다.
'얍삽하다'와 좀 비슷한 말로 '약다'라는 것이 있다. '얍삽하다'와 '약다'는 둘 다 잔꾀를 부린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얍삽하다'는 다소 남을 이용하고 등을 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약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요즘에도 '얍삽한 인간형'은 여전히 배척의 대상이 되지만 '약은 인간형'은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약은 인간형'은 '처세를 잘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잘 챙기는 사람이야말로 흔히 부모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인간형이 아닐까 싶다.
'잔머리'라는 말도 있다. '잔꾀'의 속어이긴 하지만 JQ(잔머리 지수)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잔머리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옛날 농경시대에는 잔머리 굴려봐야 소용없었지만 지식사회에는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것, 디자인하는 것 전부 잔머리다. 잔머리 굴리는 아이가 똑똑한 아이다. 재치 있고 상황 판단력이 있다는 것이니까." 결국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형은 '약은 사람' '잔머리 굴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에 '약은 인간형'보다 '얍삽한 인간형'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편법을 써서 자신의 배만 불리고, 불법을 통해서라도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 질서 의식이라곤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인간형도 똑같은 부류들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얍삽한 인간형'이 활개를 치고 있어 눈꼴사납다.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상대방만 깎아내려 정권을 차지하려는 것은 '얍삽'의 최고봉이 아닐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얍삽한 인간'과는 아예 상종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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