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 사고로 치료를 받은 주민 등이 900여 명에 이른다. 피해가 심한 사람들은 피부에 발진이 나거나 피를 토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고 지역 일대 농작물과 나무는 시커멓게 말라죽고 있다. 소리 없이 확산되는 불산 누출 사고 2차 피해에 주민 불안도 숙지지 않고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어제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피해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정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사고 현장 반경 1㎞를 위험지역으로, 1.5~4㎞ 지역을 준위험지역으로 설정하는 등의 조치도 이뤄졌다.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유독물질 누출 사고는 대부분 공장 안이나 지하 공간 등 좁은 범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와 다르다. 이번처럼 공개된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주민 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처음이다. 사례가 없었던 만큼 초기 대응 미숙으로 피해를 키운 잘못이 있다. 정부나 구미시, 소방 당국 등 모두가 이번 사고의 실체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다. 구미시나 경찰은 사고 후 사고 발생 공장 인근 지역의 불산 농도가 안전기준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대피했던 주민들을 귀가시켰다. 소방 당국은 사고 초기 불산을 중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물만 뿌려댔다. 정부는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고 인근 지역의 가축 이동과 과일'채소 등 농산물 수확을 금지시켰다.
구미산업단지엔 맹독성 물질 취급 업체가 산재해 있다. 그만큼 언제라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큰 것이다. 낙동강을 삶의 터전처럼 여기는 주민들은 지난 2008년 5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로 공포에 떨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낙동강 구미 광역취수장 앞 임시 물막이 붕괴 사고로 구미 김천 칠곡 일대 주민 50여만 명이 5일간 수돗물 없이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맹독성 물질 누출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화학물질 사고 대응 정보 시스템을 보완해 구미산단 인근 공장에서 취급하는 맹독성 물질을 낱낱이 파악한 후 예방책을 마련하고 유사 사고 발생 시 적용해야 한다. 전국의 유독물 취급 사업장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다시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은 다행이지만 후속 조치들이 일과성에 그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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