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성장'(주)로얄정공…"원심분리기 70% 우리 제품" 국내 1위

입력 2012-10-05 07:32:58

전량 수입 → 국산화 결심, 하수처리장 납품 기술 인정

국내 원심분리기 1위 업체인 (주)로얄정공은 일찌감치 원심분리기 분야에 뛰어든 덕분에 국산화에 성공, 기회를 붙잡아 성장을 이뤄냈다. 직원들이 원심분리기 일부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국내 원심분리기 1위 업체인 (주)로얄정공은 일찌감치 원심분리기 분야에 뛰어든 덕분에 국산화에 성공, 기회를 붙잡아 성장을 이뤄냈다. 직원들이 원심분리기 일부분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박재덕 대표.
박재덕 대표.

지난달 12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물산업전'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끈 부스가 있었다. 김범일 대구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들른 이 부스는 각종 산업 분야의 오'폐수에 함유된 부유 물질을 분리해내는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로얄정공이었다. 원심분리기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얄정공은 준비된 자세로 성장의 기회를 붙잡은 회사다.

◆준비가 기회를 잡는다

1986년 설립된 로얄정공은 스텐볼밸브, 원심농축기, 원심탈수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환경관련기기 업체다. 특히 원심분리기 분야는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 원심분리기는 원심력과 비중을 이용해 유입되는 처리물을 빠른 시간에 분리, 탈수, 농축하는 기기다.

박재덕(사진) 대표는 "창업 당시 스텐볼밸브를 생산하고 있었다"며 "1980년대 후반 국내에 식품과 화학공장들이 늘어나면서 스텐볼밸브의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위생과 부식 방지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 회사가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 당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해외 선진국 제품보다 뒤져 있었고 이때 박 대표는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결심과 함께 박 대표가 눈을 돌린 분야는 원심분리기였다.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원심분리기를 국산화하면 회사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수차례의 도전 속에 수처리 사업부의 환경 관련 장비인 원심농축기와 원심분리기 등을 개발해 국내 상하수도 처리장에 납품하면서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이때 회사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IMF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IMF로 인해 환율이 급등했고 수입산 기계를 들여오는 비용이 2배 이상 뛰었다는 것. 이 때문에 국산제품을 불신하고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로얄정공의 원심분리기에 눈을 돌렸다는 것.

박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제품은 부유물질 회수율, 슬러지 함수율 등의 성능에서 외산에 뒤처지지 않는데다 가격도 절반 수준에 가까웠다"며 "덕분에 제품 주문이 늘어났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로얄정공은 1998년 G7환경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축산폐수 슬러지 분리용 원심탈수기를 개발했으며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차동원심가속 스크린을 만들었다. 1999년 하수처리장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개발해 과학기술부로부터 국산 신기술(KT)로 인증받았으며 2002년에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우수품질인증(EM)을 받았다. 또 하수처리장 탈수용 원심분리기도 국내 최초로 개발, 환경설비품질인증(EEC) 및 우수품질인증(EM)을 취득함으로써 기술력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럽제품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던 시기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며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도 미래에 대한 '준비' 덕분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기술과 품질 자부심

수처리 업계에서 로얄정공의 원심농축기, 원심분리기는 특히 분뇨와 축산폐수 처리장 등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평은 로얄정공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원심분리기 개발을 완성한 순간부터 회사는 계속해서 품질이 개선된 제품을 내놓았다. 특히 납품을 끝낸 제품일지라도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고 점검해 신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박 대표는 "내가 만족할 수 없는 제품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좋은 것을 쓰려고 하면서 남에게 파는 것은 안 좋은 것을 팔려고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회사는 일찌감치 자체 연구소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연구소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매년 매출액 대비 5~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며 "이러한 투자를 통해 불량률 제로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중심 경영 덕분에 로얄정공은 중국과 베트남, 중동지역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 조성 당시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또 선진 자동화된 제조 공정 도입과 표준화된 품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며 "회사에 대한 투자에서 '사람'에 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성서산단에서 공장을 증설하면서 최첨단 설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주택 및 차량 구입 시 무이자 대출을 시행하는 한편 풋살, 볼링, 산악회 등 사내 동호회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면서 직원들의 복지증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표는 "노사화합과 경영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은 기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산 제품들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품질 경쟁이 상대적으로 격화되면서 로얄정공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연구 중이다. 박 대표는 "원심분리기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최근 고효율 추세에 맞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정화기술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우리 회사도 고효율 제품을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70여 명의 직원이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로얄정공은 올해 2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무려 25%나 늘어난 수치다. 회사 측은 "최근 개발한 소음방지용 플레이트 장착을 구비한 스크류 데칸터형 원심분리기가 특허 등록되면서 조달우수제품으로도 인정을 받았다"며 "그만큼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박 대표는 지난해 한국기계공업협동연합회로부터 '자랑스러운 한국기계경영인상'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26년간 회사가 큰 어려움 없이 성장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50년,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회사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