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당국도, 아무도 모르는… 구미산단 불산 누출 피해

입력 2012-10-04 10:52:48

구미시 제대로 파악 못해, 회사측에 책임 전가 급급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화학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로 기업체 및 농작물의 피해는 물론 주민 건강이 크게 위협받으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으나, 구미시, 경북도가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대응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은 아니지만 사고 공장을 넘어서 인근 주민들과 기업체 등까지 피해가 확산일로인데다 불산가스 세척수의 낙동강 유입 가능성까지 제기돼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 회사가 피해 확산방지, 안전대책 및 보상책 마련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미시는 지난달 27일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사고현장 인근에 있는 구미코에 대책상황실을 마련, 사고 수습에 나섰다가 다음날 대책상황실을 구미코에서 시청 상황실로 옮겨 김석동 건설도시국장을 주축으로 7개 반을 구성해 24시간 비상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6일이 지난 3일까지 불산 누출사고로 인한 인근 기업체 피해는 물론 직접적인 피해로 마을 전체가 초토화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4일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에 따르면 불산 누출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500여 명으로 하루 전에 비해 100여 명 정도 늘었다. 또 농작물 92.4㏊와 가축 1천300여 마리, 양봉 107통 폐사, 차량 파손 및 얼룩 81건, 건물 유리창 파손 5건, 조경수 고사 2천여 그루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현장 인근 기업체들의 조업중단에 따른 영업손실은 2억원 정도, 차량 피해가 200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신고됐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피해 접수를 하지 않은 기업체들의 조업중단과 불산을 공급받지 못해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체들의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한 농작물 등을 집계하면 피해액은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현장 인근에 있었던 주민과 기업체 근로자, 소방관과 경찰관, 취재진 등은 불산 가스에 노출된 뒤 건강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향후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시 등이 이번 불산 누출사고와 관련해 천재지변에 상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난 수준의 안전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미 산동면 불산 누출사고 피해보상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가 모든 책임을 회사 측에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과 비판했다.

김수민 구미시의원은 "불산을 씻어낸 물이 5㎞가량 떨어진 낙동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을 다시 대피시키고 주민 역학조사와 농작물과 수질, 토양에 대한 상세한 점검을 벌여야 한다"며 "봉산리 일대를 특별재난구역 지정 및 선포를 하고, 피해보상에 대해 관계기관과 회사 측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지 지식경제부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며 "불산 누출사고가 국내에서 최초이다 보니 명확한 피해보상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2일부터 대구지방환경청과 함께 산동면 봉산리 일대 6곳의 토양을 채취하고 3개소의 지하수를 채수해 역학조사에 나섰으며, 공수의 6명을 동원해 가축임상 관찰과 치료를 하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에서는 배, 감 등 6종의 과수에 대해 불산 잔류 오염을 측정하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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