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1년 만에 대기록…여성·가족단위 관람 늘어, 해외파 복귀 활약도
#1 김준석(42) 씨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자주 야구장을 찾는다. 비싼 돈을 써가며 어두컴컴한 술집 한 귀퉁이서 곤드레만드레 취하는 회식보다 돈은 적게 들고 확 트인 공간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야구장이 좋기 때문이다.
#2 정우영(27) 씨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와 좀 더 친해지려고 야구장 데이트에 나섰다. 그가 선물한 야구 선수 유니폼에 어색해하던 그녀는 야구장 분위기에 녹아들었고, 정 씨는 그녀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얌전해 보였던 그녀는 이제 팬과 어울려 춤을 추는 등 프로야구 열혈 팬이 됐다.
#3 하정균(39) 씨는 일곱 살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 나들이를 가끔 즐긴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갔던 야구장에서 받은 감동을 이젠 아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 31년 만인 올 시즌 관중 700만 명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여성 관중과 가족 단위 관중이 급증하면서 프로야구는 2일 국내 프로 스포츠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누적관중 704만542명. 이는 국민(약 4천900만 명) 7명 중 1명이 한 차례 야구장을 찾은 셈이다.
한 때 침체기를 걸었던 프로야구가 다시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는 선수들의 경기력 못지않게 각 구단이 펼친 마케팅,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응원문화가 한몫을 했다.
야유와 폭력이 난무하던 야구장은 이제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촉발된 흥행몰이는 야구선수들을 단순한 스포츠맨에서 대중적 스타로 변모시켰다. 여기에 각 구단의 마케팅도 관람의 질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관람 문화를 선진화시켰다.
좌석을 고급화'다변화해 다양한 방식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여성 관중과 가족 단위 관람객 증가를 불러왔다.
1982년 출범 당시 143만 명을 불러 모은 프로야구는 이만수와 박철순 등 스타들이 펼치는 명승부 속에 1983년 200만 명, 1995년 5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열기에 밀려 관중이 줄기 시작해 2004년에는 200만 명까지 줄었다. 시들어버린 야구 열기를 되살린 건 국가대표팀의 활약이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로 국민적 인기를 되살렸고, 베이징올림픽 우승으로 2008년 다시 500만 명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였다.
해외서 활동했던 이승엽'박찬호'김태균'김병현 등이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를 밟으며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올 시즌 불붙은 관중 행렬은 100만 명부터 700만 명 관중 달성 때까지 모두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을 세웠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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