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직업의 세계'를 주제로 강의했다가 담임 선생님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직업에 대해 답하는 자리였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부모님이 부자냐?'고 물었고 '가난하다'는 말에 '그럼 바이올린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답했던 게 발단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자면 비싼 악기를 구입해야 하고, 과외를 받아야 하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해외 유학을 다녀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해도 바이올린으로 성공하기도, 먹고살기도 힘들다, 는 게 필자의 대답 요지였다. 담임 선생님은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아이에게 삭막한 현실을 들먹여 좌절하게 하느냐'고 했다.
선생님 말씀은 일리 있다. 그 학생이 누군가의 선의를 배경으로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갖은 곡절 끝에 자력으로 정상에 설 수도 있다. 하지만 있을지 없을지 모를 타인의 선의와 운(運)에 아이의 인생과 가족의 행복을 맡기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곧 중학생이 되어야 하고, 이왕 자신의 장래를 그려보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외부 초청 강의인 만큼 학교 선생님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지만 꿈이 언제나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노력과 재능, 선의 외에 세상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택함으로써 집안의 약한 고리(가난)를 굳이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각오하겠다면 어른은 최선의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눈을 감고 네 소원을 말해 보렴. 네 뜻대로 이루어진단다'라고 속삭여놓고, 눈을 떴을 때 '황량한 사막'을 보여주며 두 팔을 으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열심히 살았지만 자식을 해외 유학까지 보내줄 형편이 안 되는 부모는 얼마든지 있다. 꿈은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자산이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어린이와 청년을 격려한다는 목적 아래 우리 사회는 '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너무 남발한다. 까닭에 한번 실패한 청년들은 쉽게 좌절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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