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다시 1만개 웃돌아…매니저 한 사람당 최다 55개 운용

입력 2012-09-29 08:00:00

펀드가 난립하면서 펀드 매니저 한 사람이 관리하는 펀드 수가 수십 개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벤트성 펀드를 경쟁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수는 2009년 2월 1만 개를 돌파한 뒤 금융당국이 소규모 펀드 청산 작업을 벌이면서 2010년 6월 8천995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펀드 수는 꾸준히 늘어 올 7월 1만4개로 3년 5개월 만에 다시 1만 개를 넘어섰다. 펀드 1만 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을 제외하고 펀드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룩셈부르크로 지난해 말 기준 9천462개를 기록했다. 펀드 매니저 1인당 펀드 수가 가장 많은 자산운용사는 플러스운용으로 매니저 한 사람당 55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메리츠운용(25개), HDC운용(21개), 동부운용(20개)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펀드 매니저 1인당 운용 펀드 수가 늘어나면 관리 소홀로 이어져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48개 자산운용사의 국내주식형 펀드 738개의 수익률(이달 20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매니저 1인당 운용 펀드 수에 따라 수익률 차이를 보였다. 1인당 운용 펀드가 한두 개인 운용사 11곳의 평균 수익률은 8.46%로 전체 평균 7.21%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반면 1인당 운용 펀드가 10개 이상인 7개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은 7.07%로 평균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펀드 난립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동안 업계 자율적으로 소규모 펀드를 정리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나서서 경쟁력 없는 펀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펀드가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신규 펀드 설정을 제한하는 소규모 펀드 총량비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펀드 합병 절차를 간소화해 실질적으로 펀드를 정리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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