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 보며 양귀비가 이름 붙여
사흘 후면 추석이다. 중국에서는 중추절(中秋節)이라고 부르며 춘절(春節), 청명절(淸明節), 단오절(端午節)과 함께 4대 명절이며 법정 공휴일은 3일이다.
추절(秋節), 단원절(團圓節), 8월절(八月節) 등으로도 불리며 음력 8월 15일은 가을의 중간 시기여서 중추(中秋)라고 했다. 특히 이날 밤의 달은 둥글고 밝아 집안사람이 모두 모여 달을 구경하기도 한다. 둥근 달은 원만한 것에 비유되며 주(周)나라 때 이미 달에 제사(祭月)를 지냈다. 그것이 한(漢), 당(唐), 송(宋)으로 계승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중추절에는 달을 구경할 뿐만 아니라 달처럼 둥글게 빚은 월병(月餠)을 만들어 먹는다. 중추절의 달이 떠오르면 월병과 과일을 제물로 달에게 제사를 지내며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여기에 남자들은 참석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월신(月神)은 여신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달에 대해 이런 전설이 있다. 옛날에 후예라고 하는 성품이 포악하고 생활이 사치스러운 왕이 있었는데, 백성들의 고통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다. 그런데 후예는 한 선녀로부터 장생불사하는 선약을 얻게 되었다. 어느 날, 후예의 비 항아(姮娥)가 몰래 후예의 그 선약을 훔쳐 먹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 뒤로 항아는 영원토록 월궁에 거주하며 다시는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추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월병이다. 월병의 역사는 유구하다. 은상(殷商), 주(周)나라 때 저장(浙江) 일대에서 '태사과자'(太師餠)가 출현했는데 중국 월병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한(漢)나라 때 장건이 비단길을 열기 위해 절도사로 서역에 파견됐을 때 깨와 호두 등을 들여와 월병 소를 만드는 데 사용되면서, 민간에서도 점차 호두소로 된 과자가 출현했는데 이를 '호병'(胡餠)이라 불렀다.
당나라 때 이르러 민간에는 전문적으로 호병 생산에 종사하는 '병사'(餠師)가 출현했고 당시 장안거리에도 과자 가게가 속속 나타났다.
어느 중추절, 한 대신이 당 현종에게 호병을 선물했다. 양귀비와 함께 호병을 먹으며 둥근 달을 감상하던 당 현종은 문득 '호병'이라는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말했다. 양귀비는 밝은 달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월병'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자, 현종은 크게 기뻐하며 호병을 '월병'으로 고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로부터 월병이라는 이름은 민간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명, 청조에 이르러 중추절에 월병을 먹는 풍속은 민간에서 더욱 성행했다. 당시 월병은 민간에서 서로 주고받는 귀중한 선물로 여겨졌으며, 크기가 현대 월병보다 엄청 커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어야만 했다. 현대의 월병은 전통형식을 바탕으로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맛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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