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적시고 인걸을 낳아 풍족한 의성
의성의 강은 풍족함을 선물했다. 위천과 쌍계천은 배를 불릴 수 있는 수확을 주었다. 기름진 평야에서 낟알은 풍성하게 영글었다. 곡식이 넉넉한 평야에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살았다. 무리는 규모를 키워 왕을 세우고 부족국가를 형성했다. 강은 평야뿐만 아니라 눈이 시도록 아름다운 계곡도 낳았다. 아름답고 풍성한 의성 땅에 명문 가문들이 뿌리를 내렸다. 의성군은 강이 만든 생태 자연과 역사 문화를 통해 새로운 광관지로 주목받고 있다.
◆강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
군위에서 흘러온 위천은 의성 비안면에 당도한다. 강은 넓은 들을 두루 적신다. 삼한시대 때부터 유명한 곡창지대였고 경북의 3대 평야로 불리는 안계평야를 만들었다. 삼한시대에 농업용 저수지인 '상주 공검지',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함께 '의성 대제지'가 조성되기도 했다. 대제지의 면적은 30㏊로 제방 길이만 1㎞가 넘었다고 전한다. 현재 의성의 쌀 재배 면적은 약 1만1천ha에 달한다.
박금숙 의성군 문화해설사는 "안계평야의 곡식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로 진출하기 위한 군수물자 창고 역할을 했다"며 "안계를 지키기 위해 신라는 예천 삼강과 문경새재 등지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를 만큼 중요한 땅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야가 선물한 풍족함으로 인해 고대국가가 발달했다. 곡식의 풍성함은 인간에게 더 없는 삶의 터전을 제공했고, 그 풍요로움은 부가 되고 세력을 낳았다. 그 증거로 의성에는 고대국가 고분이 많고 또한 널리 퍼져있다. 금성면 탑리'대리리'학미리 일대에 200여 기, 단촌면 후평리'병방리'관덕리'장림리에 400여 기, 점곡면 윤암리'송내리에 90여 기, 다인면 평림리'양서리'달제리'송호리'봉정리에 150여 기가 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발굴 조사를 통해 공작새 날개 모양의 금동관, 나비 모양의 관장식, 금동신발, 귀고리 등 수많은 장신구가 쏟아졌다. 이들 유물은 의성 조문국의 찬란한 역사를 보여준다. 고분은 조문국 역사의 한 조각이자 의성의 값진 유산인 것이다.
강은 '신비의 계곡'인 빙계계곡을 끼고 흐른다. 이곳은 예부터 얼음 구멍과 바람 구멍이 있어 빙산이라 했다. 한여름에도 바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와 얼음이 얼고, 겨울엔 더운 김이 피어오른다.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져 있고 맑은 시냇물이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소용돌이친다. 경북 팔승지일 이라고 새긴 아담한 돌비석이 있다.
◆의성 땅에 뿌리내린 가문들
강물이 맑고 작물이 풍성한 의성 땅에 뿌리내린 가문들이 있다. 굴곡 많은 역사와 함께한 가문들은 저마다의 전통을 쌓아 왔다.
의성 전통마을 중 대표적인 곳이 점곡면 사촌마을이다. 이곳의 역사는 1392년 안동 김씨 가문의 김자첨이 안동 회곡으로부터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안동 권씨, 풍산 류씨 일가가 뒤이어 합류하면서 세 가문이 어울려 사는 집성촌이 됐다.
서애 류성룡(1542~1607), 행정 권식(1428~1485), 송은 김광수(1468~1563) 등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고 대과에 13명, 소과에 31명이 합격하는 등 많은 학자들을 배출했다. 임진왜란 땐 의병을 일으켜 순국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왜군들이 마을 건물에 불을 놓아 현재는 30여 동의 전통가옥이 보존돼 있다.
사촌마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촌리의 가로 숲'이 있다. 이 숲은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설을 따르고 샛바람을 막아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방풍림을 심은 것이다. 현재 400~600년 된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 종 500여 그루가 있다.
또 다른 전통마을로는 금성면 산운리 마을을 들 수 있다. 의성에서 대감마을로 불리는 영천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은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금성산을 뒤에, 비봉산을 옆에 두고서 나지막한 구릉과 평지에 있다. 강원도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1531~1609)이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이민성(1570~1629), 이희발(1768~1850), 한일합방 때 애국지사로 건국공훈을 세운 이태직(1878~1913) 등의 인물을 배출했다.
산운마을의 고택 중 이가발이 19세기 초에 지은 소우당이 대표고택이다. 소우당은 ㄱ자형의 안채와 ㄴ자형의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며 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안채의 서쪽에는 별도의 담장을 돌려 공간을 형성하고 그 안에 별당으로 불리는 건물이 있다. 주위에 연못을 조성하고 각종 나무를 심어 정원을 가꾸었다. 별당은 풍류와 운치를 보여주는 별서 건축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역사와 자연이 든든한 관광자원
강의 역사 문화와 생태 자원은 의성의 미래를 열고 있다. 의성군은 안계평야의 젖줄인 지천의 생태와 의성 정신문화의 뿌리인 조문국 복원을 관광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의성군은 2009년부터 내년까지 130억원을 들여 안계면에서 단밀면까지 이어지는 위천에 친자연형 호안시설과 생태자연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위천 둔치에 자전거 도로와 축구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선다.
의성군은 또 금성면과 단촌면 일대에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429억원을 투입해 '신라 본 역사지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문국 등 지역의 역사 경관을 정비하고 이를 생태 자원과 연계해 테마형 문화 관광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조문국역사체험지구에는 가마터 등 토기촌과 조문국 사적지 탐방로를 마련한다. 또 학미리 고분을 복원한 고분역사공원도 들어선다. 조문국 도읍지 탐방전망관과 문화쉼터도 조성된다. 고운사 역사 경관 탐방지구에는 고운사 문화 공원과 천년사찰 역사관을 만든다. 송림 명상길을 통해 주변의 송림숲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지역관광팀 송은정 교수는 "의성 동부에는 조문국, 빙계계곡, 전통마을 등 관광자원이 분포해 있다"며 "서부는 평야를 활용해 벼 문화 체험관을 만들어 귀농을 준비하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영농기술 학습장을, 아이들에게는 농촌 문화 체험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기름진 의성 들녘의 황토는 보령 머드 축제에 사용될 만큼 질이 좋다. 이런 장점을 가져와 황토 모델하우스 등 황토 체험장을 조성하고 또 황톳길로 이어진 걷기 코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의성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산업을 키울 수 있고 태양열 판을 보기 좋게 디자인해 관광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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