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주시청 주변은 매우 어수선하다. 지난해부터 시청사 증축 공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2년째 증축 공사로 시청 주차장 일부가 폐쇄되면서 가뜩이나 좁은 청사 마당은 주차난이 더 심해졌고 이로 인해 민원인들끼리 언성이 높아지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공사 기간이 올 연말까지 잡혔으니 아직 몇 달 더 이런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민원인들의 큰 불편을 초래하는 이 증축 공사는 포항지역 업체가 맡고 있다. 경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시청 증축 공사를 포항업체가 맡고 있는 사실이 의아스러워 담당 부서에 물어봤다. 시청 관계자의 답변이'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이라는 회계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 법에 따르면 공사 금액 100억 원 이상은 전국 입찰이라서 우연히 포항업체에 낙찰됐을 뿐이라고 했다. 경주시청사 증축에 드는 총 사업비는 119억원이다. 경주의 상징 건물 공사를 타지역 업체가 맡고 있어 입맛이 영 개운치는 않지만, 그나마 이웃 동네라고 할 수 있는 포항업체라니 수긍하는 수밖에….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 업체가 공사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모두 포항지역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장에 포항지역 주유소 탱크로리가 보이는가 하면 일부 자재와 인부들도 포항지역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착공 때부터 이 같은 소문이 들려왔고 일부 지역 업체들은 여러 차례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주에도 주유소가 많고, 불경기에 일감이 없어 쉬는 노동자도 많다. 경주의 건축업자들은 "눈에 보이는 증축 공사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경주시 공무원들이 지역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 지역의 제품 또는 인력을 사용해달라고 업체에 건의나 권유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건설업체도 그렇다.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지만 그 지역 정서를 일정부분 헤아려주는 것도 최소한의 예의라고 여겨진다.
단순히 시청 증축 공사 하나를 보고 경주시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주시가 지역업체를 외면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경주지역 문화유산해설사의 단복을 포항에서 구입해 말썽을 빚었다. 최근에는 경주지역 민간단체를 해외에 보내면서 포항의 여행업체에 의뢰해 지역 여행업계의 반발을 산 적도 있다.
최근 불경기에 부쩍 줄어든 일감으로 경주의 업체 직원들은 일감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회계법상 어쩔 수 없다는 담당공무원들의 말도 맞고 법도 따라야 하지만, 평소에 경주 공무원들이 지역업체를 챙기려는 마음만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더라면 이런 비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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