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포퓰리즘 제동 나선 경제 수장들.

입력 2012-09-22 07:06:12

전직 경제 수장들이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에 맞서 국가재정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이규성, 강경식, 강봉균, 진념 등 역대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나 재무장관을 지낸 고위 관료들은 중견 언론인, 학계 인사와 함께 오는 26일 '건전재정포럼'을 창립하고 대선 정국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이 나선 이유는 현재 정치권의 복지 확대 경쟁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국가재정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고위 관료의 면면을 보면 YS 정부, DJ 정부, 노무현 정부의 인사가 망라되어 있다. 이는 이 모임이 특정한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향후 활동도 특정 정파에 대한 지지나 반대가 아니라 중립적 자세에서 국가재정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방안과 조언 제시에 모여질 것임을 예고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복지 논쟁만 있고 복지가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이 균형 감각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이들 모임은 진정성이 읽혀지고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현재 국민은 정치권의 복지 공약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별개로 떨어진 수많은 수치만 난무할 뿐 이들 수치를 합한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더더욱 모른다. 이런 사정 때문에 그런 수많은 수치들을 내놓은 정치권 스스로도 과연 재원이 얼마나 필요할지 알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 양극화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지 확대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보편적 복지'라는 포퓰리즘으로 접근하다가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남유럽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을 왜 우리가 되풀이해야 하는가.

지금 정치권의 행태는 바로 이렇게 망하는 길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지를 확대하되 그 방향은 '보편적'이 아니라 '선별적'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을 더 많이 도와줌으로써 한정된 재원으로 복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재정 건전성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전직 경제 수장들의 경륜과 지식이 국민을 이런 각성에 이르게 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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