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잡는 펀드 환매

입력 2012-09-22 07:46:17

지수 2,000 차익실현 마지노선…양적완화 이후 1조3천억 빠져

국내 주식형펀드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밑 빠진 독처럼 돈이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발표 이후 코스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내 주식형펀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이 9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천185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2천257억원, 17일에는 5천970억원, 14일에는 1천220억원, 13일에는 1천690억원, 12일에는 330억원, 11일에는 220억원이 이탈했다. 11일부터 19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를 빠져나간 돈은 무려 1조2천872억원에 이른다.

하루가 다르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QE3 발표 이후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차익성 환매가 쏟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영준 삼성증권 대구중앙지점 지점장은 "코스피 2,000이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 펀드 환매가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로 펀드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2,000선을 환매 시점으로 잡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 자금 유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무디스'피치'S&P의 잇따른 국가 신용등급 향상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펀드 환매가 코스피 상승 탄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됐지만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한 이후에는 펀드 환매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코스피는 QE3 발표 이후 14일 2.92% 급증하며 2,000선을 넘어선 뒤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복용 신한금융투자 시지지점 지점장은 "투신을 통한 펀드 매도 물량이 잦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코스피 상승세가 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펀드 환매가 코스피 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 환매가 지수를 끌어내리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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