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영광 불갑사'함평 용천사 꽃무릇축제

입력 2012-09-20 14:05:35

산 정상 내리막 타는 듯 붉은 상사화 천지

천 년의 사랑이 상사화로 피어나는 곳이 있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위치한 불갑산(516m)과 함평군 해보면에 위치한 용출봉(일명 모악산 348m)이다. 해마다 9월이면 이 두 곳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몸살을 앓을 정도다. 이유는 단 하나, 산 전체를 붉은 융단으로 뒤덮고 있는 상사화 때문이다.

◆불갑산 호랑이

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라면 선운사'불갑사'용천사 일대다. 그중 두 군데가 바로 전남 영광군 불갑사 일대와 함평군 해보면의 용천사 일대다. 공교롭게도 이 두 군데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뉘어 지척에 있다.

등산 시작점인 불갑사는 문화유적 답사 11선으로 선정된 사찰이다. 백제 무왕(600~640) 때 행은이 세웠다는 설과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인도 스님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 하여 '부처 불'(佛) '첫째 갑'(甲) 자를 따라 불갑사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옆에서 볼 때 여덟팔 자 모양의 팔작지붕 건물로 연화문'국화문'보상화문'보리수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불갑사를 구경한 다음 절 왼쪽으로 해서 덫고개(덕고개)로 오른다. 고개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된비알 길을 통해 의자 2개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불갑산 호랑이 유래' 설명판과 호랑이 모형이 있는 자연동굴에 도착한다.

1908년 2월 한 농부에 의해 잡힌 불갑산 호랑이를 일본인 하라구치가 당시 논 50마지기 값에 해당하는 200원에 사들여 일본 도쿄 시마쓰 제작소에서 표본 박제하여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해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남한지역에서 잡힌 호랑이가 박제표본으로 보관되고 있는 것은 이곳 불갑산 덫고개에서 잡힌 호랑이가 유일하다. 포획 100년 만에 귀향(살던 곳에 보관)시키고자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 모형으로 제작 설치했다는 팻말이 있다.

노적봉과 법성봉에서는 조망이 환하게 터진다. 불갑저수지와 불갑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조망되고 황금벌판과 어우러진 주위의 능선들이 넘실대고 그 너머 영광읍이 조망된다. 투구봉을 지나면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상사화 식재 구간이 나타난다. 상사화 식재 구간은 꽃무릇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은 곳이다. 조금 힘이 드는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불갑산 등산안내도가 있는 장군봉에 도착한다.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법성포의 칠산 앞바다와 주위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위전망대 밑에는 어느 산님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노루목을 지나 '위험한 길'로 접어들면 등산로 좌우가 확 트이며 아기자기한 칼바위 능선이 나타난다. 위험한 낭떠러지 구간이지만 철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암릉능선 중간에 구멍이 뚫린 바위가 있어 볼거리도 제공한다. 기암과 쉼터를 지나면 108계단과 통천계단을 오르게 되고 불갑산 최고봉인 연실봉에 도착한다. 조망이 좋다.

◆환상적 꽃무릇 군락지

정상에서는 구수재 방면으로 산길을 잡는다. 널따란 공터를 지나면 '연실봉 1.5㎞, 동백골 1.0㎞, 용천사 1.03㎞'의 이정표가 있는 구수재다. 원점회귀 산행을 계획했다면 동백골로 하산하고, 용봉과 모악산을 지나 용천사 꽃무릇 군락지로 하산하려면 용천사로 진행한다. 구수재에서 약 5분 정도 산을 오르면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바로 용천사가 나타나고 오른쪽 길이 용봉으로 가는 길이다. 작은 둔덕 같은 용봉을 지나면 정자가 있는 쉼터다.

모악산 정상이라 부르는 용출봉에는 등산안내도가 있다. 거기서 왼쪽 나무계단 데크 길을 300여m 내려가면 바로 한우재다. 영산기맥 마루금과 작별하고 왼쪽 비탈길로 들어서면 가파른 길에 늘어진 밧줄을 잡기도 하면서 정자까지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꽃이 지천이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바로 내려서지 말고 왼쪽으로 돌아서 내려가면 환상적인 꽃무릇 군락지를 만난다.

용천사는 백제 무왕 때인 600년 행은이 창건했다. 한국전쟁 때 불에 탄 것을 1964년 옛 보광전 자리에 대웅전을 새로 세웠다. 전해지는 유물은 1685년에 제작된 석등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해시계 등이 있다. 주차장 일대가 '꽃무릇 공원'이고 절 앞 광암저수지 둑에도 만발해 반영이 아름답다.

불갑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연실봉을 오르고, 모악산을 거쳐 용천사로 하산해도 등산거리 6.8㎞에 4시간이면 충분하다. 조금 가벼운 산행을 원한다면 불갑사에서 동백골로 올라 용천사로 하산하면 된다. 초보자 위주의 산행이라면 용천사나 불갑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원점 회귀해도 괜찮다.

제12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올해로 12회째다. '천년의 사랑, 상사화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21∼23일 불갑사지구 관광단지 일원에서 열린다. 그리고 '함평 2012 꽃무릇 큰잔치'는 22일부터 이틀간 용천사 일원에서 개최된다. 붉은 꽃무릇을 감상하며 초가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 두 곳의 축제는 한국의 자연 100경에 포함될 만큼 전국 최대 규모의 꽃무릇 축제라 꼭 한번은 다녀올 만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