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족보란?] 족보의 변신

입력 2012-09-20 14:28:38

한자 대신 한글, 인터넷 DB화 얼굴 사진도 올려

우리나라의 족보는 체제 속에서 질서에 순응하는 전통의식, 종족의 영예나 조상님들의 업적을 기록한 서책이다. 옥보(玉譜)라고도 한다. 분류학적 가치가 높아서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우리나라 족보의 전통을 부러워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고문헌연구소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내 고문헌연구소는 족보 천국이다. 현재 소장한 족보는 2천384종(권수 1만3천147권)이나 된다. 명실공히 족보 연구의 산실이다.

이곳에서 족보 연구를 하는 장인진(64) 박사는 족보 전문가다. 그는 "족보는 절대로 구시대적 유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조상과 뿌리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족보는 가족이나 가문, 가풍을 한데 묶어 줄 수 있는 제도로 집안의 역사와 발자취로서 정말 중요한 역사자료"라고 강조했다. 그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현존하고 있는 출판 자료 가운데 최고본(最古本)은 1476년(성종 7년) 안동에서 간행한 '안동 권씨 세보'와 같은 해에 간행한 '철성 이씨 족보도'라고 밝힌다. 철성 이씨 족보도는 현재 계명대 동산도서관 고문헌연구소에 초간본 1권을 소유하고 있다. 1565년(명종 20년)에는 의성에서 '문화 유씨 세보'가 간행됐다는 것.

장 박사는 "문헌학적으로 살펴보면 17세기 이전 족보 중에는 남녀 출생 순으로 편성하여 외손을 무제한 수록하고 있으며 18세기 족보 중에는 적서(嫡庶) 표기로 갈등을 보인 것 등 다양한 면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족보도 디지털시대

족보도 진화하고 있다. 족보라고 하면 '한지에 실로 꿰맨 책'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젠 한자투성이의 난해한 족보 해독을 위해 땀 흘리지 않아도 된다.컴퓨터에서 우리 집 혈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최근 간행되고 있는 족보는 한글 족보는 물론 영상과 사진까지 수록해 컴퓨터로 검색만 하면 가계와 책 화면까지 뜨는 CD-Rom 및 인터넷 전자족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은 대구시 남산동 인쇄골목 족보'문집 전문업체인 '대보사'다. 대보사는 2008년부터 전자족보를 발간하고 있다. 대보사는 30년 이상 족보'문집 출판을 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1972년 고 박노택 회장이 대구시 중구 서성로에서 '서성인쇄사'로 창업한 이래, 2대 박도규 현 대표가 1989년부터 가업을 이었다. 지금은 박 대표의 아들 종찬(33·기획실장) 씨가 가업을 승계 중이다.

박종찬 기획실장은 신세대답게 '전자족보시대'를 열어가는 주인공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지금까지 단순히 출판으로만 그친 족보, 문집, 고문서 등의 사료를 자신의 전공을 살려 IT와 접목해 전통문화 콘텐츠로 제작, 한국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전자족보 출판시스템을 개발, 2007년 전자족보연구소인 ㈜DTI를 설립하여 많은 문중의 대동보와 CD-Rom 족보를 완성했다. 박 실장은 "전자족보는 클릭 한 번으로 영정사진, 생전에 찍어 둔 동영상 등을 곧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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