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주장한 이오덕 선생
민족과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어린이의 삶을 가꾸는 어린이 문학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실천에 힘썼던 이오덕 선생이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다 되었다. 선생은 생의 대부분을 경북지역 교사로 계시면서 '우리글 바로 쓰기' '아이들을 살리는 문학' 등 수많은 책을 쓰셨고, '경북 아동문학회' 같은 모임을 만들어 후배들을 이끄셨다.
'나무처럼 산처럼'은 선생이 말년에 요양차 아드님이 지어준 산골 흙집에 살면서 쓰신 글을 모은 것이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선생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른 아침 우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선생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뻐꾸기는 뻐꾹 뻐꾹, 산비둘기는 꾸구욱 꾸구욱, 까치는 깍깍인데, 꾀꼬리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로 흉내 낼 수 없다. 비가 오는데도 혼자 자꾸 우는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얼마나 울고 싶었기에 저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우는가! 꾀꼬리는 자랑하거나 남을 이겨보려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노래를 즐기는구나, 노래하는 것이 살아가는 보람이고 기쁨이 되어 있구나 하고.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꾀꼬리 소리를 선생의 고향 마을 아이들은 "니 할애비 코끼달래용!" 했다며, 꾀꼬리 소리의 빛깔, 맛, 맵시, 바탕 이런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장난꾸러기 소리'라며, 다른 지방 아이들은 또 달리 말하리라고 추측한다.
지구에는 나무가 있어서 아름답다고 믿는 선생의 감나무 사랑은 유별나다. 선생이 꼽는 감나무의 아름다운 덕은 여러 가지다.
봄에도 느지막한 5월에 들어서야 피어나는 감나무 새잎은 대추나무 새잎과 함께 유달리 윤기가 나서 눈이 부시다. 달콤하고 약간은 떨떠름하고 독특한 향기와 맛을 지닌 감꽃은 그 옛날 보릿고개를 넘기는 아이들에게 허기를 달래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꽃이었다.
가을이면 세상의 어떤 단풍잎보다 곱고 아름답게 물드는 감나무 잎과 파란 하늘에 눈부신 주황빛으로 매달려 있는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 중의 과일 감, 요깃거리로 충분한 홍시는 어떤가. 곶감이 호랑이를 쫓아 버린 옛이야기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 겨레가 만든 자랑스러운 먹을거리 곶감, 비타민 C가 듬뿍 들어 있는 감잎차, 잎과 열매를 다 떨어뜨린 채 둥치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감나무의 아름다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적인 풍경이다. 살아서 그토록 아름답고 어질고 거룩하기까지 하던 감나무는 죽어서도 죽지 않고 그 몸이 귀하게 쓰인다며 감나무에 대한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씀바귀, 냉이, 달래, 잔대, 더덕 등은 뿌리를 캔다. 쑥은 손으로 뜯으면 된다. 돌나물은 걷는다고 한다. 다래 잎은 훑고, 고사리는 꺾는다. 미나리는 나물 칼로 자른다. 선생은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을 하는 재미있는 말이 또 어느 나라에 있겠느냐고 묻는다. 냉이는 날생이, 나생이, 나싱개, 나새 따위로 사전에 올려 있는 이름만 해도 서른세 가지나 된다. 달래는 달래이, 달랑구, 달랑개, 달롱개 따위 스물세 가지 이름이 올려 있다. 온갖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는 들나물 산나물들은 우리 몸에 난 병을 다스리는 좋은 약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텅 비면서 인심마저 각박해가는 농촌마을,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난 겨레 모둠살이에 대한 안타까움도 글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하다.
선생은 삶이 없는 문학작품은 겉치레 속임수가 아니면 말장난이나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의 해독을 입지 않고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온 사람만이 깨끗한 마음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살아간다고 믿는다. 문학작품 중심의 글쓰기가 아닌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대로 쓴 생활 글이 가장 가치 있는 글이라고 말한다.
머릿속 생각으로만 그치는 관념주의를 싫어하여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사셨고, 어린이의 삶을 가꾸는 어린이 문학을 주장하시며 매서운 비판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이오덕 선생 같은 참스승이 그립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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