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으로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도형은 무엇일까?
화려한 도심의 마천루보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선 피라미드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지 않을까? 윗부분이 뾰족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사각형으로 넓어지면서 측면이 삼각형을 이루는 피라미드는 무게 중심이 도형의 깊숙한 아래에 있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없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의 인체에 존재하는 무게 중심은 어디일까?
흔히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뇌, 심장, 배꼽 아래 삼단전(三丹田) 중 하단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야 도형이든 인체든 균형 잡힌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고 언급되는 과묵한 언변의 요구는 기독교나 유불선(儒佛仙) 등의 경전 뿐만 아니라 성현들의 수신서(修身書)에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본이라는 가르침이다.
한 때 시중에 회자되는 블랙유머가 있었다. '한강에 정치가가 빠지면?', '그야, 입만 둥둥 떠다니겠지. 왜냐하면 입만 살아서 조잘거리니까 말일세.', '그건 이미 지나간 유머고 지금은 입이 제일 먼저 물 속에 잠길 것이네. 그 새를 못 참아서 붕어에게 말을 걸려고….'
전 국민이 정치가 못지 않게 열변을 토하는 지금은 이 유머마저 자취를 감췄다. 초등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속사포처럼 쏴 대는 언변에 제대로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어르신들과의 대화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말을 하는 순서를 지키거나 남의 말을 들어주는 여유를 상대방에게서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은 민족이 되었나? 스스로 한탄하면서도 근래에 와서는 그들과 어울리는 필자마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웅변일색의 무의미한 말을 마구 내뱉게 되었다. 주변 환경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자리를 벗어난 후 느끼는 공허감이란?
인체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져 공중부양 중인 흐리멍텅한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서 진땀을 흘려야 한다. 외톨이형의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돼 가는 현실이다. 너와 나 할 것 없이 대중과 어울릴 때는 쉴 틈 없이 열변을 토하다가, 흩어지면 아이폰을 잡고 톡탁거리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져서 안정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 원인은 은이 금보다 비싼 현실 때문이다'라는 농담은 듣고 싶지 않다. 도심의 마천루보다 사막의 피라미드가 더 안정적일 뿐 아니라 지속성이 있다. 정신과 육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아래로 낮춰 봄이 어떠한지.
정재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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