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뱃살을 위한 약탈

입력 2012-09-18 10:21:23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대략 1천만 마리다. 국민 5명에 한 마리꼴이다. 축산 돼지는 사료비와 관리비 대비 150근이나 180근 될 때 판매해야 경제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돼지가 태어나서 대략 200일쯤에 내다 판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국민 5명이 1년에 대략 1.83마리의 돼지를 먹어치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용도로 쓰이는 분량이 있을 테니 꼭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한우 사육 두수는 6월 말 현재 311만 마리다. 인구 16명당 한 마리다. 소는 대체로 30개월쯤 됐을 때 판매해야 사육비 대비 경제성이 가장 높다. 우리 국민 16명이 2년 6개월 만에 소 한 마리씩을 먹어 치우는 셈이다. 수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으니 무시하자. 여기에 수입 쇠고기와 오리, 닭, 염소, 한우 이외의 소 등등 다양한 고기가 있으니 우리가 먹는 고기양은 방금 따져 본 양보다 많다.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죄악은 아니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다면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고기가 우리 몸에는 필요하지 않다. 성인 남자는 하루에 대략 2천300㎉ 안팎, 여성은 1천900㎉ 안팎이면 된다.

게다가 우리가 이토록 소비하는 돼지와 소, 닭은 자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공급되는 양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 살찌는 데 용이한 사료를 먹고, 거의 움직임 없이 키워져 밥상에 오른다. 말하자면 우리가 먹는 고기는 우리나라의 풀과 땅이 자연스럽게 공급하는 분량이 아니라, 쥐어짜 내는 것이다.

육류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이 때문에 '세상의 모든 동물은 굶어서 죽는데, 사람은 배가 터져서 죽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성인병을 과장해 지적하는 말이지만, 세상의 모든 동물은 겨울을 나기 위해, 건기를 견디기 위해, 새끼를 먹이기 위해, 그러니까 살기 위해 먹는다. 먹은 것을 토해내면서까지 줄기차게 먹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살을 빼려는 눈물 나는 노력은 좀 심하게 말해, 먹기 위해 먹은 것을 토해내던 폼페이인의 탐욕을 연상케 한다. 이제는 운동을 넘어 약물로 살을 빼는 형국이다.

이 지독한 탐욕 때문에 우리는 동물의 목숨을 지나치게 빼앗고, 지구가 견디기 힘들 만큼 지구를 약탈한다. 모든 동식물은 숙주와 공존을 꾀하는데, 사람만은 숙주(지구)를 죽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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