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겐… 문재인·안철수, 누가 쉬운 남자?

입력 2012-09-17 10:10:10

野 단일후보 문재인? 안철수? 계산 분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카운터파트너를 기다리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계산이 분주해졌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장외 주자'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강점과 약점이 서로 보완, 확장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 후보가 16일 기자회견에서 "(안 교수의) 출마 시에는 국민적 여망인 단일화 연대가 꼭 필요하고,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단일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단일화에 대한 어떤 공감대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의 지역적 기반은 부산경남이다. 안 교수와 겹치는 부분이다. 즉, 두 사람의 단일화로 '지역적 확장성'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영남권이 새누리당의 주요 거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로서는 '반쪽짜리 텃밭'만 확보하는 셈이 된다.

문 후보는 제1야당이라는 지지 기반을 확보했다. 경선에서 패한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해 분투하기로 의기투합한 모양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의 경우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경선 경쟁자였던 김문수, 김태호 후보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조직의 전폭적 지원에다 결집력이 강한 친노세력,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지면 문 후보의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 경력이 짧긴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 최측근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은 만큼 새누리당의 '자격미달론'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또 당분간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뒤에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을 누리는 한편 안 교수와의 단일화 이슈를 계속 끌어가게 돼 당분간 언론의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으로선 어느 쪽에 포커스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할지 알 수 없게 돼 우왕좌왕할 수 있다.

조만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진 안 교수도 박 후보로서는 마뜩찮은 상대다. 2030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고, 박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소통력'이 그의 큰 강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중도파, 무당파가 안 교수의 지지기반이면서 나아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희미한' 보수파나 진보파가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걸고 안 교수를 지지할 가능성도 크다. 한마디로 표의 확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안철수의 사람들'이 공개되고, 유권자에게 감동을 준다면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문 후보가 안 교수를, 또는 안 교수가 문 후보를 지지하고 낙마할 경우, 양자대결에서는 누가 유리한지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보수에 대한 지지세를 뺏어갈 가능성이 컸던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지 않은 것에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사석에서 "박 후보 입장에서는 제1야당 후보인 문 후보가 상대하기 더 어렵고 기업인 출신인 안 교수에 비해 문 후보는 검증할 거리도 별로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무현의 그림자'인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고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도 크다. 호남지역이 압도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 대신 안 교수는 '기성정치 대 신진정치'라는 선거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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