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아버지 찾아 한 달간 팔공산 누빈 효심

입력 2012-09-17 10:20:21

초례봉서 시신 발견하기까지 김대경 씨 사연

아버지 김명환 씨가 실종된 지 한 달 만에 시신을 찾은 김대경 씨가 발견 장소인 대구 동구 초례봉 아래 한 골짜기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슬픔에 잠겨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아버지 김명환 씨가 실종된 지 한 달 만에 시신을 찾은 김대경 씨가 발견 장소인 대구 동구 초례봉 아래 한 골짜기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슬픔에 잠겨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아이고, 아버지. 왜 여기 누워 계신 겁니까. 흑흑."

이달 7일 대구 동구 각산동 대구일과학고 근처 초례봉의 한 골짜기에서 김대경(48'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아버지 김명환(76) 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김 씨는 지난달 5일 등산하러 간 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자 한 달 이상 아버지를 찾기 위해 동구 평광동 환성산과 각산동 초례봉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던 것.

30년 이상 보험회사에서 일해온 아버지 김 씨는 15년 전 퇴직한 뒤 일주일에 두 번씩 산에 갈 정도로 산을 좋아했다. 아들 김 씨는 "5년 전 뇌경색 수술 이후 몸이 불편하신데도 퇴원한 지 3주 만에 바로 등산가셨을 정도로 산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에도 아버지는 산으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 아버지는 생수만 가져갔고 휴대전화를 집에 놔뒀다. 아버지는 옻골 근처 환성산을 오른 뒤 능성동 예비군훈련장 방향으로 하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저녁때쯤 돌아올 줄 알았던 아버지는 밤늦도록 소식이 없었다. 김 씨는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다음날부터 10일간 경찰과 소방관, 인근 군 부대 군인들이 등산로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더 이상 경찰의 도움을 얻기 힘들어지자 김 씨는 홀로 환성산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환성산과 초례봉의 등산로를 다 뒤진 뒤에는 수색 방향을 바꿔 인근의 골짜기를 훑었다. 김 씨는 운영하던 카센터 문을 닫다시피 한 채 오전 5시에 산으로 출발해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등산로 입구와 근처 도로에 아버지를 목격한 사람을 찾는 플래카드도 붙였다. 그러자 실종 당일 오후 7시 30분쯤 초례봉 근처에 있던 평상에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다.

김 씨는 "아버지가 평소와 다르게 너무 간단한 차림으로 산에 올라가셨기 때문에 중간에 많이 지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빨리 내려오는 길을 잡으려고 초례봉 쪽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그때 길을 잃으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드디어 김 씨는 이달 7일 초례봉을 수색하던 중 가시덤불 근처 공터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 위에는 아버지가 등산갈 때 입었던 옷이 걸쳐 있었다. 발견 당시 아버지는 신발을 벗은 채 똑바로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길을 잃은 뒤 헤매다가 공터를 발견하고 '여기서 밤을 버티고 가자'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누워 있다 저체온증이나 심장마비가 온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달라고 하늘에서 신호를 보낸 것 같습니다. 산이 생전에 산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좋아해서 데려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