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로 받아달라" 한발 뺀 박 후보…野는 공세 계속
1964년과 1974년에 발생했던 시국 사건이 2012년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집권당 대선 후보의 평가 발언을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13일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원사 합동인터뷰에서 '사과한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진화를 시도했으나 야권에선 여전히 박 후보의 역사관을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논란은 이번 주 시작과 함께 불거졌다. 박 후보는 이달 10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똑같은 대법원에서"라고 말하며 인혁당 사건에 대해선 시선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야권은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같은 날 지역언론사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은 큰 실수를 하신 것 같다"며 "본인의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가족들을 모독한 것이 됐기 때문에 빨리 사과하셔야 할 사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야당은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1974년 판결과 2007년 재심 결과를 동일선상에 놓는 어처구니없는 법상식을 보였다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 진영 역시 맞불을 놓으며 정면 대결에 나섰다.
박 후보는 11일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고, 그 조직에 몸 담았던 분들의 여러 증언도 있어 이런 것을 다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후보 진영이 강경모드로 나오자 민주당은 당력을 모아 총공세를 펼쳤다.
대변인 논평과 최고위원회의'국회의원총회 지도부의 발언을 통해 박 후보의 역사관을 지적하며 박 후보 전력을 문제 삼았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는 최근 인혁당 문제와 관련해 역사 왜곡에 이어 법원 판결마저 왜곡하려 비틀고 있다"며 "이제 온 국민이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과 국가관을 검증해야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공세에 합류했다. 박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자격이 없으며 바른 역사관을 갖고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래서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며 "역사를 부인하고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마저도 미화해서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꾀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국민이, 역사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박 후보는 13일 언론과의 만남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는 사과한 것으로 받아들여달라며 한 발 물러섰으며 '인혁당 사건 유가족분들이 동의하면 찾아뵙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 유가족 측은 이 같은 박 후보의 제안에 대해 "박 후보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그리고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면 그에 따라 만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박 후보에 대한 역사관 검증 공세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이해찬 대표는 최근 매일신문과의 만남에서 "박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새롭게 발견될 악재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박 후보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해 향후 박 후보의 역사관과 정치철학에 대한 공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인혁당 사건을 시작으로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특히 박 후보가 영부인 역할을 했던 당시의 반민주 조치와 사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과가 뚜렷하게 나뉘어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행위 가운데 부정적인 면이 먼저 터져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며 "대선에 임박한 시점이 되면 국민들이 야당의 공세에 식상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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