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부지런함의 대명사인 개미와 게으름의 상징인 베짱이의 이야기를 통해 게으름은 부도덕하고 나쁘다는 교훈을 전한다. 하지만 게으름은 정말 나쁜 것일까? 살아가면서 잠시의 여유, 꿀맛 같은 휴식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인간의 권리여야 하지 않을까? 인도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 이옥순은 게으름에 대한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역사 속에서 개미로 표현할 수 있는 존재는 귀족, 자본가, 제국주의, 양반 등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이들은 피지배계급에게 '게으름뱅이는 가난뱅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등의 말을 통해 노동을 강요했다.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강요한 것이 근면인 셈이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적 영향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죽도록 일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름뱅이라고 낙인찍는 분위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인들이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면서 게으름은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으름이 무조건 죄로만 인식되진 않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서양에서는 부지런함이 의무처럼 여겨졌지만, 이들의 지배를 받거나 다른 역사를 지닌 아프리카나 인도 등의 지역에서는 적절한 여유가 오히려 삶을 풍족하게 한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또 근면을 강조한 기독교가 있는 반면에 힌두교나 불교 등에서는 게으름처럼 보이는 명상이나 자기반성 등의 행동을 통해 얻는 깨달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게으름을 찬양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숨겨졌던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할 따름이다. 좀 더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 232쪽. 1만1천900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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