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대구산단 왜관·성주로… 車부품업계 '엑소더스'

입력 2012-09-12 11:03:22

부지값 10배 비싸고, 땅도 없어…공장증축하면서 줄줄이 방빼

성서산업단지와 3공단, 서대구산업단지에 밀집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용지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성주와 왜관 등 새로운 곳에 투자 하면서 부품 업계 지도가 변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자동차 부품 업체. 성일권기자
성서산업단지와 3공단, 서대구산업단지에 밀집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용지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성주와 왜관 등 새로운 곳에 투자 하면서 부품 업계 지도가 변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자동차 부품 업체. 성일권기자

서대구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최근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다 매입하려던 부지 가격이 너무 높아 계획을 변경했다. 이 공장은 서대구공단은 물론 대구 각 공단의 부지가격이 ㎡당 3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어 대구 외곽인 왜관과 성주 등지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곳 사장은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외곽 지역에 공장을 증축할 생각"이라며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는 업체들이 대구에서 공장 부지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대구지역 내 자동차 부품 업체 지도가 변화고 있다. 3공단과 서대구공단, 성서산업단지에 밀집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생산라인 증설과 공장 증축 등을 기존 산단이 아닌 성주와 왜관 등 대구권 경북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최근 대구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완성차 업체의 수출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대구지역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공장 증설과 생산라인 확대 등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대구가 아닌 다른 곳을 눈여겨 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토크컨버터를 납품하는 한국파워트레인은 성서산업단지 내에 본사와 공장이 있었지만 최근 이를 처분하고 왜관으로 옮기면서 공장을 증축했다. 또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성주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파워트레인 주인식 대표는 "성주는 ㎡당 30~40만원대에 부지를 구입할 수 있지만 대구는 10배가량 비싸다"며 "기업하는 입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격이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가 대구를 빠져나가는 것은 산업용지 부족과 높은 가격 때문이다. 성서3차산업단지(옛 삼성상용차 부지) 내 용지 가격은 10여 년 전 분양가격보다 5배 이상 뛰었고 성서산단 내 다른 공장용지의 실거래 가격도 300만원 이상이다. 서대구산단과 3공단의 공장 용지 매매 가격도 평당 최대 5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공장 부지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성서산업단지 관계자는 "지금 성서산업단지 내에 활용이 가능한 곳은 기존 공장 중에 부도난 곳밖에 없다"며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원하는 규모의 땅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산단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서산업단지 내에 새 공장을 지으려던 B업체는 계획을 변경, 달성2차산업단지와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부지를 검토 중이다. 이곳 사장은 "인근에 지능형 자동차 부품 시험장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연구시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시설을 투자하면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품진흥재단 관계자는 "달성 2차공단과 사이언스파크, 자동차 주행 시험장, 테크노폴리스 등에 대구시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도로 등 인프라가 좋아지고 있고, 기존 지역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 기업들이 서서히 옮기고 있다"며 "예전에는 자동차 부품하면 성서산업단지와 서대구공단 등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그 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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