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가입? 공시이율·수수료 따져보셨나요

입력 2012-09-11 07:25:41

즉시연금이 노후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세제개편안이 적용되면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즉시연금이 노후 재테크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세제개편안이 적용되면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공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한 최모(56) 씨. 그는 채권'펀드 등에 넣어 두었던 퇴직금 3억원을 모아 지난달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최 씨는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증시 상황은 너무 불투명해 안전한 노후 설계 상품으로 알려진 즉시연금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열풍이 불고 있다.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뭉칫돈이 즉시연금으로 몰리고 있다. 즉시연금이란 말 그대로 가입한 다음 달부터 즉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정년을 맞은 은퇴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기 차원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시연금의 인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다. 내년부터 세제개편안이 적용되면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기 전에 '세테크'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뭉칫돈 빨아들이는 블랙홀

즉시연금이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이틀 만에 400억원 상당의 즉시연금을 판매했다. 즉시연금 판매액이 하루 평균 23억원 정도였던 농협생명도 세제개편안이 나온 이후 하루 매출이 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성증권의 즉시연금 판매 현황도 세제개편안 발표 전후 명암이 선명하게 갈린다. 하루 평균 20억원에 머물렀던 즉시연금 판매액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하루 평균 107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금융가 사정도 비슷하다. 대구은행의 경우 세제개편안 발표 전 즉시연금 계약 금액이 한 달 평균 49억원 정도였지만 발표 후에는 한 달 평균 177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시중은행 대구PB센터 김모 팀장은 "즉시연금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요즘에는 PB 한 명당 일주일에 평균 10억원 이상 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예전에 10억원 이상 판매하려면 몇 달 이상 소요되는 것과 대조적이다"고 설명했다.

즉시연금이 제테크 시장의 핫 이슈로 부상하면서 소위 묻지마 가입까지 이뤄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PB센터장은 "정기 예금이나 펀드 등을 해지한 뒤 즉시연금으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많다. 뭉칫돈을 들고 와서 다짜고짜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고객들도 있다. 여윳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심리가 즉시연금 가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체크 사항

즉시연금의 인기가 투자를 넘어 투기 양상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즉시연금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 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시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비과세 혜택이다. 올해 안으로 가입해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는 자산을 금융으로 이전해 노후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상속이 가능해 자녀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점도 즉시연금이 자랑하는 메리트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10년 이상 자금이 묶인다. 가입 후 해약을 하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종신형의 경우 중도 해약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목돈이 필요한 사람이나 늘 유동성 자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신중하게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여윳돈이 생겨 가입을 할 경우에도 올인을 하지 말고 일정액만 가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즉시연금은 안정적인 노후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이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다. 즉시연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은 현재 연 4.7~9% 수준으로 정기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다. 공격적인 자산 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즉시연금 공시이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즉시연금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공시이율과 수수료를 봐야 한다. 수수료가 낮을수록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많아진다. 즉시연금을 판매하는 은행과 보험사'증권사별로 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공시이율은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즉시연금은 공시이율에 따라 매달 지급되는 금액이 달라지는데 공시이율은 시중 실세금리 등을 반영해 매달 초 판매사별로 발표된다. 공시이율은 높은 것이 좋지만 높다고 무턱대고 선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정원학 NH농협은행 대구PB센터장은 "회사마다 공시이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공시이율을 분석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시이율은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이 좋다. 변동폭이 크면 하루아침에 큰 폭으로 공시이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시이율의 변동폭이 크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이율을 제시하는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축성보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즉시연금의 공시이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증시 상황도 여의치 않아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시이율은 5%대에서 4%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NH농협은행 채명순 PB팀장은 "저축성보험은 목돈이 묶일 염려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세제개편안으로 저축성보험도 내년부터 비과세혜택이 줄어든다. 올해 안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할 경우 중도에 인출해도 비과세혜택이 주어진다. 즉시연금의 인기에 가려 부각이 덜 된 점이 있지만 저축성보험도 매력 있는 금융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