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뭉칫돈 노리는 불법유사수신
경북 포항의 한 병원 원장인 A씨는 지난해 5월 5억원을 투자하면 월 1천만원씩 이자를 준다는 투자금 모집책의 말을 듣고 5억원을 맡겼다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피해를 봤다. 투자금 모집책이 이 돈을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돌려 피해를 본 것. 선물 옵션에 투자됐던 A씨의 뭉칫돈은 유럽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맥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또다시 투자를 권하는 접촉은 이어졌다. 최악의 경우 손실이 나도 5% 이상 손실이 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며 또다시 투자를 권유한 것. 결국 A씨는 지난해 잃은 투자 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갈 곳 잃은 뭉칫돈을 노리는 '검은 손'이 활개를 치고 있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금을 걷은 뒤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원금 회수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목돈을 노린 불법유사수신 조직의 움직임도 포착돼 경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모 병원 원장인 B씨도 최근 모 투자증권사를 상대로 원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에 들어갔다. 원금이 보장된다고 투자를 권해 투자금을 맡겼지만 실제로는 원금의 3분의 2가 허공으로 사라졌기 때문. 원금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B씨는 자신에게 투자를 권한 이들이 투자금 모집책으로 투자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조차 없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의 돈을 운용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B씨가 맡긴 자금은 원금 보장과는 상관없는 선물 옵션 상품에 투자됐다.
B씨는 "솔직히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는데 원금 손실 이후에도 찾아와 만회해 주겠다며 투자를 하라는 이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보니 남우세스럽다는 생각에 원금 손실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투자금액이 크다 보니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이달 초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30대가 한 아파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사람은 K(31) 씨로 부녀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K씨는 지난해 8월 지인 S씨의 권유로 선물 옵션에 2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터였다. 그 후 K씨는 S씨를 찾아갔다 S씨의 부인을 둔기로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었다.
초저금리 시대를 틈타 불법유사수신 영업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 경찰이 최근 들어 불법유사수신 영업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경찰 한 관계자는 "불법유사수신으로 수많은 피해를 준 조희팔 사건 당시에 초반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재빨리 회수한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는 식의 루머가 돌면서 불법유사수신 조직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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