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작은 선행

입력 2012-09-10 07:41:38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됐지만 역경을 헤치고 영미문학자로서 대학 교수가 된 뒤에도 제자들에게 헌신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아온 그가 2009년 우리 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장영희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장 교수가 쓴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라는 책에는 작은 선행이 가져온 기쁨을 담백하게 적어 놓은 글이 있다. 간략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다리가 많은데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널 때에는 1달러가량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가끔씩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요금소에서 어떤 기분 좋은 운전자가 2달러를 내면서 "내 뒷사람 것까지요." 하고 가면 징수원이 뒤차 운전자에게 "앞차가 내고 갔어요."라고 말한다. 뒤차 운전자는 자신이 준비했던 1달러를 내면서 "그럼 이건 내 뒷사람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한 사람이 시작한 작은 선행이 때로는 하루 종일 릴레이식으로 다음 사람에게 이어진다고 한다. 기분 좋은 미소까지 전달되는 것은 물론이다.

거창하지 않은 사랑이지만 일상의 대수롭지 않은 일도 실천하면 주위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인간은 다른 이들과 연대해서 아우르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친다. 작은 선행이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이제 갓 복학한 학생들은 자주 모여서 술판을 아우루곤 했다." "저마다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발돋음하는 꼴이 가관이다." "사람들은 그를 희안하게 쳐다보았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부부처럼 소꿉놀이하는 것이 앙징스러웠다."

앞서 예문에 나오는 '아우루곤' '발돋음하는' '희안하게' '앙징스러웠다'는 전부 잘못된 표기이다. '아우르다'는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라는 뜻으로 "황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힘으로 천하를 아우르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더욱 어려웠다."로 쓰이며 '어우르다'로 표기하기도 한다.

'발돋움하다'는 어떤 지향하는 상태나 위치 따위로 나아가다, 키를 돋우려고 발밑을 괴고 서거나 발끝만 디디고 서다의 의미로 "신인들은 내일의 스타를 향하여 발돋움하는 중이다."로 활용한다. '희한하다'는 매우 드물거나 신기하다라는 뜻이며 "풍수를 전혀 모르는 눈으로 보더라도 그 땅은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터였다."로 쓰인다. '앙증스럽다'는 작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 아주 깜찍한 데가 있다의 의미로 "하트형의 편지함이 달린 나무 대문은 이 여자의 얼굴처럼 앙증스러워 보였다."로 쓰인다.

학교 폭력에다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을 아우르며 더불어 살아간 장영희 교수가 더욱 그리워진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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