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은 내가 지킨다"…방범·호신용품 '무장' 여성들

입력 2012-09-08 08:45:34

간편 스프레이 구입 급증…대학생 원룸 선택에도 CCTV 등 고려

성폭행과
성폭행과 '묻지마 범죄'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호신용품을 구입하려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6일 대구시내 한 총포상에서 여성들이 가스총과 전자충격기 등을 고르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영주에 사는 전모(48'여) 씨는 대구지역 한 대학에 다니는 딸(22)의 안전을 위해 수백만원을 더 들여 원룸을 옮겨줬다. 가로등이 없는 구석진 골목길 안 원룸에 살던 딸이 최근 성범죄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귀갓길이 겁난다고 하자 큰길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를 시킨 것. 전 씨는 "대로변에 있는 원룸 임대료가 비쌌지만 딸의 안전을 위해 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주 7살 어린이 성폭행 사건 등 성범죄와 흉기를 마구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홀로 사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범죄에 취약하지 않는지 따져보는가 하면 범죄에 대한 불안감으로 방범용품과 호신용품도 앞다퉈 찾고 있다.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원룸촌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김선수(36) 씨는 "여학생의 경우 방을 구할 때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 장착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며 "특히 골목 안에 있는 곳보다 상가 주변이나 큰길 근처를 선호하며, 아예 여학생만 출입할 수 있거나 여학생만 사는 원룸을 찾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원룸은 무인경비시스템 등 설치를 서두르고 있고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이나 낡은 아파트 주민들은 현관문에 디지털 도어록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대구 복현동 원룸촌의 한 원룸 주인은 "집을 구하러 사람들이 오면 CCTV가 설치된 곳과 무인경비시스템 설치 및 사용 방법을 모두 알려주고 집을 보여준다"며 "이 동네 원룸의 80% 이상은 무인경비시스템과 CCTV를 설치해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도어록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열쇠 수리점을 운영하는 김형진(44'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디지털 도어록 7개를 팔았다"면서 "올해 초에는 판매가 뜸했지만 요즘 들어 구매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개인 호신용품도 강력범죄 탓에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총포사에 따르면 호신용 스프레이 판매량이 올해 초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소비자들은 가스총의 경우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사용 절차가 까다로워 호신용 스프레이를 선호한다는 것.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적잖다.

총포사 이원호(50'대구 북구 대현동) 사장은 "호신용 스프레이 가격은 2만7천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다"면서 "판매량이 별로 없었는데 지난달부터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호신용품이나 방범용품이 범죄로 불안한 시민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범죄 예방에는 큰 도움은 안 된다"며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바로 112에 신고하거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을 이용하는 등 범죄예방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도 성폭행,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경찰에 잡히지 않은 범죄자가 2007년부터 올 들어 8월까지 341명에 이른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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