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백일장] 그곳에 가고 싶다/남편의 병간호/고추잠자리/저녁노을

입력 2012-09-07 07:57:30

♥수필1-그곳에 가고 싶다

고향!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곳이 이제는 그리움으로 내게 다가온다. 유년시절 농촌의 가난한 생활은 누구나 벗어나기를 갈망했었다. 하루 일과는 학교 갔다 와서 소먹이고 꼴 베고, 겨울이면 땔나무 하고 언제나 똑같은 일상에 가슴을 누르는 묵직한 슬픔이 쌓여갔다. 늦둥이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그때는 그 사랑을 몰랐고 고향을 떠나고부터는 그 사랑을 돌려 드리지 못하여 늘 죄스러움에 어머니 생각을 하면 코끝이 시큰해져 온다.

고향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워 놓고도 대접받기는커녕 아들 손자에게 제대로 보살핌을 못 받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에 등골이 휘어라 일했고 그 삶의 진창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개의치 않고 자기 한 몸 위하기보다 가족을 위해 쉼 없이 걸어왔다. 그 길은 잘 닦여진 아스팔트길이 아니라 자갈밭이며 진창이었다.

나는 촌놈이다. 민첩하고 약삭빠르며 임기응변에 강한 도시인은 아니지만, 약속시간은 5분 먼저 도착하고, 믿었던 친구는 끝까지 책임지는 순수한 한국 토종이다. 산골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한 생활이 싫었고 연세 높은 부모님과 살면서 막내가 싫었다.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어 세월이 빠름을 느끼면서부터 고향이 그립고 함께하고 싶어진다.

꽃은 피어나기 위해,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태어난다고 했다. 고생 없이 얻을 수 있는 진실로 귀중한 것은 하나도 없다. 불평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심상이 관상이 되고 말이 인격이 된다고 했다. 만사에 감사하고 너그러워지는 것은 세월의 흐름인가? 어릴 적 꿈꾸었던 그 꿈을 찾아내 고향 산천을 밟아보고 싶다.

허이주(대구 달서구 성지로)

♥수필2-남편의 병간호

남편이 주차장에서 실수로 넘어져 우측 어깨 회전근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집 가까운 관절 전문병원 4인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먼저 입원한 분들의 보호자께서 병실 사용에 관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시고 배려해 주어 서먹하게 들어선 병실에서 동병상련이라고, 형식적인 절차만 설명하는 간호사들보다 더 고마움이 느꼈다.

남편과 같은 나이인데 벌써 아들 셋 장가를 다 보내신 옆 환자분은 추간판 탈출증이 재발되어 10년 전에도 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며칠 전 극심한 통증으로 다시 수술을 받아 복대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고, 또 한 분은 계곡에 휴가를 갔다가 양손에 술 상자를 들고 가다 넘어져 골반뼈에 금이 가 절대안정으로 누워 있었다. 또 다른 한 분은 공장에서 손을 다쳐 자신의 엉덩이 살로 이식한 상태였다.

손을 다친 총각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보호자인 부인들이 과일이며 반찬을 해 왔다. 절대안정이 필요한 환자의 부인은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의 머리를 정성껏 감겨주었다. 나도 남편을 위해 잡곡밥에, 장조림에, 상추까지 점심때마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와서 병원 밥은 내가 먹고 남편에게 집에서 지은 밥을 먹였다. 부인들의 정성인지 본인들이 열심히 치료를 받아서인지 남편은 수술 후 10일 만에, 디스크 재수술을 받은 분은 수술 후 3주 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고 절대안정 환자 분은 2주일 더 있다 퇴원을 했다. 남편의 입원 경험을 통해 아플 때는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하며 그 정성이 환자의 입원 기간도 단축시키고 환자에게는 심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혼한 남자분들이여, 소중한 내 짝 있을 때 잘하세요. 아플 때 후회하시지 마시고!!

노태수(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1-고추잠자리

무엇을 그리다가,

무슨 그리움 그렇게 먹어,

그다지도 붉디붉게 물들었느냐.

네 그리움의 창백한 영혼.

어찌하여 그다지도 붉게 물들여,

내 눈시울마저 붉게 물들이느냐.

파아란 하늘에,

하이얀 구름에,

너무나도 선명히 드러나는

너의 그 붉어야만 하는 아픔에,

이 가을 천지(天地)에

점점이 붉은 선혈 되어 나는구나.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을,

붉게 붉게 서럽도록 수를 놓는구나.

정창섭(밀양시 내이동)

♥시2-저녁노을

발갛게 물들어 아름답지만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지는

태양의 짧은 삶이 아쉬워

아쉬움으로 만들어 내는 황혼의 긴 그림자,

그 그림자 속으로

밝은 꿈과 희망은 남겨 둔 채

세파에 시달린

하루의 모든 고난과 역경만을 짊어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내일은 또 다른 꿈과 희망을 가득 안고

수레바퀴처럼 우리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난 그래서

저 저녁노을 마냥 편안해지고 싶다.

한규필(대구 동구 신무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채영(대구 북구 태전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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