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과학고 학생 4명,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 게재

입력 2012-09-04 07:30:53

"그래핀 연구 경험, 과학자의 길 첫발 뗐죠"

각광받고 있는 신소재 그래핀에 관한 연구로
각광받고 있는 신소재 그래핀에 관한 연구로 'ACS Nano' 인터넷판에 논문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대구과학고 2학년 권지연, 조현, 심재형, 황현식(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 학생. 대구과학고 제공

대구과학고 2학년 학생들이 세계적인 과학기술논문 학술지에 당당히 논문을 게재,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과학고에 따르면 이 학교 권지연, 조현, 심재형, 황현식 학생은 지난달 중순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인 세계적 나노과학저널 'ACS Nano' 인터넷판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 친환경공학부 신현석 교수와 함께 연구한 '환원된 산화 그래핀 다중층으로 코팅된 구리와 철 박막의 산화방지'(Oxidation Resistance of Iron and Copper Foils Coated with Reduced Graphene Oxide Multilayers) 논문이 게재되면서 공동연구자로 등재된 것이다. 대구과학고 개교 이래 SCI급 학술지에 학생들의 논문이 게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데다 고교생 신분으론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학생들이 이 연구에 발을 딛게 된 것은 대구과학고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구'교육(R&E)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지난해 3월 팀을 구성해 UNIST 신 교수와 '그래핀'(graphene)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나노구조의 탄소물질인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전도성, 가볍고 단단한 특성 등을 갖춰 방탄조끼, 우주선 재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신소재. 이번 논문에서는 철과 구리에 그래핀을 얇게 코팅해 강도를 높이고 페인트칠, 합금 등과 달리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 영재들이라곤 해도 이 정도 수준의 논문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학생들은 영어로 된 관련 논문들을 함께 번역해 읽어가며 기초 지식을 쌓고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했다. 심재형 학생은 "우리 학교와 UNIST 간 거리가 멀어 자주 가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실험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과정도 힘겨웠다"고 했다. 황현식 학생은 "앞선 연구자들이 밝힌 대로 그래핀이 구리가 산화되는 것을 당연히 막아줄 줄 알고 과산화수소를 넣었는데 그래핀이 녹아내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랜 기간 고생한 만큼 이번 소식을 들은 학생들의 기쁨은 더 컸다. 권지연, 조현 학생은 "인터넷에 우리 이름이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다"며 "훌륭한 연구자의 길을 가는 데 첫발을 디뎠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도 크다"고 했다.

대구과학고 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학생들을 챙겨온 대구과학고 김철수 교사는 "어려운 논문을 해석하고 먼 길을 오가며 성실하게 탐구한 끝에 좋은 성과를 얻은 학생들이 장하다"며 "이번 경험이 장래에 학생들이 과학자의 길을 걷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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