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 지역대 초비상
교육과학기술부의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발표로 지역 대학들이 초비상이다. 재정지원 제한 또는 학자금 대출 제한에 걸린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등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심각한 경우 퇴출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재정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대학 평가 지표를 올리기 위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요구된다.
◆지방대에 불리한 '잣대'
"교과부 시책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헤비급과 경량급을 한 경기에 붙여놓는 건 누가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에 대한 지방대의 불만과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업률과 학생 충원에서 훨씬 유리한 입장인 수도권 대학들과 지방 농어촌 소재 대학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지방대가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한 4년제 대학 관계자는 "물론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들에게 생존전략을 요구하는 교과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형평성을 잃은 잣대로 인해 지방대학들이 대거 부실대학으로 내몰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방대학들은 이번 평가에서 가장 배점(30%)이 높은 재학생 충원율에서 상당수가 미달됐다. 평소 교과부로부터 우수한 역량을 인정받은 대학들도 이번 평가에선 재학생 충원율 때문에 줄줄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일대 측은 "지난해 대학기관평가에서 까다로운 평가에도 기관인증을 통과했고, 전임교수 확보율,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이 우수했다"며 "하지만 최근 학생정원이 늘어난 가운데 남학생 상당수가 군입대를 위해 휴학을 함에 따라 최근 2년간 일시적으로 재학생 충원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위덕대 관계자는 "재학생 충원율의 비중이 크다 보니 다른 지표들을 아무리 맞춰도 어려운 면이 있다. 학생 수가 적은 지방대학들은 평가에서 불리하다"고 했다. 경산1대 측도 "교과부가 지방 농어촌 소재 대학들의 어려움을 너무 몰라준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률'재학생 충원율 외에 지방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평가 항목들도 있다.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의 절대평가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 경우 편제정원 기준으로 돼 있어 정원 미달이 많은 대학에 불리하다. 가령 100명 정원에 학생이 70명밖에 모집이 안 돼도 100명을 기준으로 교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
교과부가 약속한 '지역 안배'도 지켜졌는가 의구심을 자아낸다. 경주대, 서라벌대, 위덕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 경주 소재 4개 대학은 모두 재정지원 제한대학 명단에 올랐다.
◆자구책 마련, 대학들 안간힘
일부 대학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구미래대 경우 '법인지표'에서 최하점을 맞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걸렸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과부의 평가시기 때 임시이사 체제였는데 이때 법인전입금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고 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우는 교과부로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2011~2012년)과 4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지표가 우수했지만 취업률 공시 오류로 명단에 올랐다. 영남외국어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재정지원 제한에 걸린 이후 교수 희망퇴직을 받고 학생 정원을 줄이는 등 교과부 강제이행 사항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지표 개선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에 포함된 대구경북 12개 대학들은 '생존'을 건 자구노력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반값등록금의 압박 속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올리기,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장학금 확충 등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지역 한 전문대 교수는 "이제 교수들도 '학생 취업 영업'에 나서고 고교를 대상으로 더 적극적으로 학생 유치에 나서야 할 판"이라며 "이른바 문'사'철은 홀대받고 학생 모집과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과들만 살아남게 됐다"고 한탄했다.
한편에선 이번 기회에 학령인구 감소 등 목전에 닥친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체적인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대학입학 학령인구는 올해 67만여 명으로 최고점에 이른 후 2018년부터는 대학교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고 2020년 이후에는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인 지방대학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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