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하우스 푸어' 대책은 포퓰리즘

입력 2012-09-01 08:00:00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들, 이른바 '하우스 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투입기로 한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새누리당이 마련 중인 대책은 하우스 푸어의 소유 주택을 공적자금으로 매입한 뒤 전'월세로 다시 임대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다음 주중 당정협의를 거쳐 대책을 최종 결정한 뒤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직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우스 푸어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런 식의 해법은 안 된다. 집을 산 사람과 돈을 빌려준 은행의 책임을 모두 면제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은 자기 책임하의 투자다. 집값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집을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떼일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려주는 은행 역시 없을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돈을 떼이게 생긴 것은 집을 산 사람과 은행이 투자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당연히 본인이 져야 한다. 새누리당의 대책은 이런 대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집값이 떨어져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 공적자금을 지원한다면 아예 집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도 그런 지원을 해줘야 공평하다. 나아가 신용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등골이 휘는 사람은 또 어떻게 할 텐가. 새누리당의 방식대로라면 너도나도 어려우니 정부더러 도와 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엄청난 재원이 들어간다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심각하다. 현재 하우스 푸어는 약 150만 가구쯤 된다. 이들의 소유주택 가격을 평균 2억 원으로 잡아도 무려 300조 원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 정부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다. 새누리당은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국채 발행이든 기금 조성이든 어떤 방식으로도 결국 국민 전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집이 없는 사람이 낸 세금으로 주택 투자에 실패한 사람과 대출을 잘못한 은행을 돕게 되는 말도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세일 앤드 리스' 방식이 하우스 푸어 문제 해결에 좋다면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니라 하우스 푸어 당사자와 은행이 협의해 추진할 일이다. 이미 우리은행지주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 자본주의 원칙을 지키고 형평성에도 위배되지 않는 방식이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원칙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새누리당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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