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맥클린(Don Mclean, 1945~)의 '빈센트'
네덜란드 태생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는 미술사에서 불행한 삶을 살다간 대표적인 화가로 기록된다. 자신의 왼쪽 귀를 면도칼로 자른 자화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긴 하지만 과연 그는 세간의 인식처럼 정말 불행했을까? 어쩌면 그의 생각이나 그림을 그 당시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절망의 낭하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고교시절 가진 이런 질문에 대해 실용미술을 전공했다는 미술 선생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는 질시의 눈초리를 보내곤 했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의 고민이 아니라는 대답도 그랬지만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는 차마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돈 맥클린의 '빈센트'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아나운서의 노래와 가사에 대한 해설은 고흐가 어쩌면 미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로 너무나 반가웠다. 해서 그 가수가 부른 노래들을 찾아 듣고 또 들었다. 대학시절 어두운 자취방의 낡은 테이프 레코드에서 나오던 그의 노래는 긴 시간, 세상을 보는 눈이 되어 주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파란색과 회색으로 화판을 물들이고/ 어느 여름날의 제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밖을 바라봐요/ 언덕 위의 그림자와 나무들과 수선화를 그려봐요/ 눈처럼 하얀 린넨 캠퍼스에 바람과 겨울의 싸늘함을 색깔로 그려보세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온전한 정신 때문에 당신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들은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았고/ 어떻게 듣는지도 몰랐죠. 아마 이제는 그들도 알겁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밝게 타오르는 듯 환하게 피어난 꽃과/ 보랏빛 안개 속에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빈센트의 파란 두 눈에 비추고 있어요. 곡식이 익어가는 황금빛 아침 들녘은 그 색을 바꿔가고/ 고통으로 가득한 주름진 얼굴은/ 예술가의 사랑스런 손길로 위로받았죠.'(돈 맥클린의 '빈센트' 중에서)
미셸 푸코(Michel Foucault'1926∼1984)는 일련의 그의 저작에서 "서양 역사에서 미치광이들을 사회와 격리시켜 가두기 시작한 것은 17, 18세기 무렵으로 인간적인 질서의 일부였던 광기는 근대적인 가족과 국가가 탄생하면서 '환한 대낮'에서 추방되어 이성과 도덕규범, 그리고 그 도덕규범의 획일적 '어둠 속'에 묻어 격리시켜버렸다"고 말한다. 그것은 근대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표준에 맞지 않은 사람들을 가두기 위해서 정신병원과 같은 규제의 감옥이 생겨났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푸코의 이 분석이 반 고흐를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돈 맥클린의 노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정신병이라는 사회적 단죄가 오히려 비이성적 태도라는 그의 주장이 고흐와 같은 삶은 살아간 사람들에게 가장 유효적절한 것임은 분명하다.
고흐는 1883년 3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늙고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라고 쓴다. 그래서 고흐가 그린 '구두 한 켤레'라는 그림에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마도 돈 맥클린은 고흐에게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먼저 보았는지 모른다. 이 노래가 발표된 1972년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자행한 양민학살로 세계가 분노한 해였다.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세상을 바로 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돈 맥클린은 고흐를 빌려 세상을 바라본다. 빈센트를 듣고 있노라면 고흐가 고민했던,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가 그린 그림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두 소녀' '복권' '빈센트의 의자' '난로 옆의 농부' 등은 그의 시선이 향했던 민얼굴의 세상이다. 오늘 그의 작품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그가 너무 일찍 세상에 왔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왔던 세상처럼 여전히 세상은 더 많은 이들을 고흐로 만들고 있다. 너무 일찍 왔거나 혹은 너무 늦게 왔거나 과연 우리는 오늘 고흐에게나, 그가 사랑한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이켜봐야 할 일이다.
전태흥 (주)미래티엔씨 대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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