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 이슈] 정치인 팬클럽 봇물

입력 2012-09-01 08:00:00

'국민위에 마니아?'…정치판 뒤흔드는 ○사모‥△사모…

대선을 앞두고 '마니아 정치'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마니아와 그 마니아들의 자생적 모임이 기존 정당 정치 문화를 흔들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완전참여형 국민경선을 채택한 대한민국 제1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결정을 위한 당내 경선이 특정 정치인 지지단체 회원들의 조직력에 의해 휘둘리는 양상이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모바일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이튿날 복귀를 선언한 배경에도 '마니아 정치' 폐해가 깔려 있다.

그는 "지금 민주당 경선은 특정 세력이 주도하고 국민은 빠져 있다"며 "일부 패권세력이 주도하는 민주당 경선을 국민 주도의 축제로 바꿔 달라"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진영(친노)을 겨냥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역시 28일 열린 강원지역 순회경선 연설회에서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친노 진영을 비판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친노 패권주의로는 안철수를 품을 수도, 박근혜를 이길 수도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지난 6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박빙의 차이로 이해찬 대표에서 당 대표 자리를 내준 김한길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기고도 진 선거라는 말로 위로해 주는 친구들이 많다"며 "당심과 민심을 외면한 결과인 것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당 대표 경선 대의원투표에서 1만8천748표를 얻어 1만6천326표의 이 후보를 앞섰으나, 모바일과 현장투표로 치러진 당원과 시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에게 밀렸다.

당시 정치권에선 모바일 투표에서 '친노 세력'이 이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회원 수가 20만명에 달하는 정봉주 전 의원 지지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만 자발적인 정치인 지지모임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진영의 일방적인 공천에 반발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이 일방 공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의원의 선거구에서 낙선운동을 벌여 해당 후보가 쓴잔을 마시는 일도 있었다. 이 후에도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가 정치적 궁지에 몰릴 때마다 막강한 조직력을 발휘하며 박 전 대표의 '부활'에 힘을 보탰다.

정치인 팬클럽의 기원은 민주당 깃발을 들고 영남에서 수차례 출마해 낙선을 거듭한 '바보 노무현'에 매력을 느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이 발족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사모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후 '강단 있는 정치인 수준'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일약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으며 민주당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본선에 진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인 팬클럽은 기존 당내 계파와는 다른 성격으로 분류된다. 기성 정당의 일원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때마다 그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발적 모금을 통해 조직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유력 정치인들이 '관리'하던 '외곽조직'으로 볼 수도 없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정치인 팬클럽 등장의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 활성화와 기성 언론의 권위주의를 꼽는다. 기성 언론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지 못했던 '보통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전파하면서 정치인 팬클럽이 급성장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기존 언론 편집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인터넷의 바다에 유통시킬 수 있었던 환경이 정치인 팬클럽 발생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정치적 발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인 팬클럽은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팬클럽의 위력이 확인됨에 따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중진 정치인들 역시 '마니아 층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야의 차기 주자들은 20대 젊은이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향후 자신의 열혈 지지자로 성장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