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현대인, 얼굴은 고릴라? 즐거운 상상

입력 2012-08-30 07:40:25

한국패션센터 '유목적 상상'전, 9월 16일까지

현대미술과 패션이 만나면 어떤 상상력이 탄생할까?

현대미술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유목적 상상'전이 9월 16일까지 한국패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문화적 다양성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해 현대미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기획 전시로,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기획 단계부터 정해진 기획안보다 변화 가능성을 갖고 출발했다. 마치 유목민이 물과 풀이 있는 길을 따라 이동하듯 기획은 변화무쌍하게 흘러갔다. 주제와 전시 작가만 선정해두었을 뿐, 전시 장소 역시 가변적이었다.

전시 주제는 '유목적 상상'. 유목민과 같은 문화적 경험을 했던 작가들로 전시를 구성했다. 국내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나라로 유학을 한 후 여러 지역을 오가며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 권오인, 김건예, 서옥순, 최부윤, 옐레나 바실예브, 심&닉이 이번 전시에 참가한다. 패션디자이너는 김지영, 문보영, 조정미, 최순주가 참여했다.

권오인은 2m짜리 대형 고릴라를 통해 현대인을 비판한다. 몸은 거대하고 얼굴은 고릴라인 존재를 통해 현대인을 비유해 보여준다. 서옥순은 여성성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감성을 천으로 된 인형으로 표현한다. 직접 바느질한 인형을 실뭉치와 함께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김건예는 '19금 훔쳐보기' 시리즈를 통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며 야한 동영상을 찾아다니는 남성들의 시각을 작품화했다. 포르노그라피의 일부 장면을 그리고 그것을 상자 안에 넣어 훔쳐보도록 설치한다. 최부윤은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결합해 사운드와 함께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한편 디자이너 김지영은 커피콩 자루로 옷을 만들고 이를 광목 천 안에 넣어 관객들이 훔쳐보도록 설치했고, 문보영은 섬유를 전시장에 거대하게 설치하고, 발광 센스를 갖춘 천을 사용해 사운드에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조정미는 클래식한 옷에 낯선 오브제를 결합해 독특한 감성을 유도한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소장은 "현대인은 다 유목민이며, 생존과 즐거움을 찾아 이동하는 현대인의 노마드적 삶에 상상력을 가미해 작품화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작품의 과정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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