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窓] 새누리당의 결자해지

입력 2012-08-15 08:00:00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이는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맺은 자가 그것을 풀고, 일을 시작한 자가 마땅히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結者解之 其始者 當任其終)'에 잘 나타나 있다.

결자해지는 이처럼 자기가 꼰 새끼로 자신을 묶어 결국 자기 꾐에 자기가 빠지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신세가 되지 말라고 경계하는 좋은 경구다.

지금의 포항 정치판에 딱 들어맞는 훌륭한 격언이 아닐까 싶다. 제수 성추행 의혹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형태 국회의원으로 인해 공석이 된 새누리당 포항 남'울릉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 직무대행) 선정을 놓고 지역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은 사고지구당이 된 포항 남'울릉 조직을 새롭게 추스리기 위해 지난 6월 조직책 신청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선정이 미뤄지고 있다. 7명의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자가 공모에 응한 결과 현재 2명으로 좁혀졌다는 말만 흘러나올 뿐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

새누리당이 조직위원장 공모에 나선 지역은 포항을 비롯해 전국의 8곳인데 이 가운데 6곳은 이미 선정이 마무리 됐으며 포항과 부산만 무슨 이유인지 선정을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최근 혼란한 당내 사정을 보면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 이 때문에 공모에 나선 신청자들 뿐만 이나리 당원들 간에도 서로의 지지자를 놓고 반목하는 등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차라리 공모를 안한 것만 못하다는 비아냥이 지역 정가에 파다하다.

포항 남'울릉을 정치적 미아 신세로 전락시켜 버린 것은 다름아닌 새누리당이기에 더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애당초 김형태 의원에 대한 검증만 제대로 했다면 공천에 이은 탈당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나아가 지역 정치권도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의 잘못으로 인해 애꿎은 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 임기말을 맞아 포항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후광이 오히려 점점 버거운 짐으로 변하고 있다. 포항의 현안을 놓고 중앙 정부에 기댈 언덕도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한 지역구의 조직위원장 선정에 간섭하는 것은 이 지역 정서가 새누리당임을 부인할 수 없는 데다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눈앞에 두고 우리 지역이 누릴 수 있는 득실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뿌린 씨앗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번 기회에 충분히 목도했을 것이다. 진정한 정치는 무릇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는 것. 아무쪼록 빠르고 현명한 결정으로 지역의 정치적 뿌리를 튼튼히 가꾸는데 소홀함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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